본고는 백제가 소국단계에서부터 중앙집권적 국가체제 단계에 이르기까지 제의체계를 정비하는 과정과 이후 수도의 이동에 따른 제의체계의 변동 및 그것의 재정비에 대해 논술한 것이다.
소국 및 소국연맹단계에서 백제의 제의체계를 논하고자 할 때 그 출발점이 되는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삼국지》동이전 한전에 나오는 제의기사이다. 다른 하나는 《삼국사기》백제본기에 보이는 제의관계 기사이다. 소국 및 소국연맹단계에서의 제의들은 이후 백제가 중앙집권적 고대국가체제를 갖추게 되면서 점차 백제 중심으로 통합·정비되어 간다. 부체제 단계에 국중대회로서 천지신에 대한 제사가 거행됨으로써 종래 각국의 국읍에서 행해왔던 제천행사는 억제되었다. 그렇지만 이 시기 백제는 아직까지 중앙귀족화한 세력들을 완전히 장악한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백제의 영역으로 편입된 각 지역에서는 전통적인 제의로서 농경의례가 부락제의 형태로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고 제의시기도 파종제는 5월에 추수제는 10월에 거행하는 것이 관행으로서 墨守되고 있었다고 하겠다.
근초고왕대의 제의체계의 정비는 기존의 제의체계를 백제 왕실 중심으로 재정비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재정비는 두 방향으로 진행된 것 같다. 하나는 종래 소국들의 제의체계를 해체하여 재정리하는 것, 다른 하나는 종래 백제국 자체에서 행해왔던 각종 제의를 확대 개편하거나 격상하는 형태로 재정리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