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왕은 무왕의 태자로서 무왕대 추진된 안정된 왕권을 바탕으로 왕위에 올랐다. 그러나 의자왕은 무왕대보다 강력한 전제왕권을 확립해 나가고자 하였다. 의자왕은 즉위 이후 좌평 등에 새로이 임명되어 왕 15년의 세력교체로 말미암아 물러날때까지 활동한 사람들을 주된 세력기반으로 그의 왕권강화책을 추진하였다. 무왕대와는 달리 왕족들의 정치적 참여와 성장을 막는 정책을 새로이 실시하고 또한 왕권강화에 반발하는 귀족세력들을 제거하였던 것이다. 아울러 대신라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이러한 의자왕의 전제왕권 행사는 한편으로 의자왕대에 새로운 정치적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전제왕권을 확립한 의자왕이 왕 15년 9월 이후 들어오면서 정치를 그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군대부인이 정치상의 실권을 장악하게 되는 등 의자왕 초기 정치를 이끌던 인물들이 몰락하고 다른 새로운 세력이 힘을 떨치는 세력 변동이 일어난 것이다. 의자왕의 초기 정치와 함께 정치적으로 소외된 왕족들이 재등장한다든지 좌평에 의해 정치적 진출이 억제되었던 달솔 관등에 속하던 인물들이 이제 크게 활동하게 되었다.
의자왕 15년 이후 진행된 세력교체는 의자왕의 전제정치를 붕괴시켰으며 백제를 멸망으로 이끌었다. 새로운 세력의 등장과 의자왕이 실시해 온 여러 정책이 바뀌게 된 결과에서 비롯되었는데 의자왕 초기 치열했던 대신라전이 거의 추진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살필 수 있다. 더욱이 이들 세력은 백제를 둘러싸고 전개되는 급변하는 외교정세의 변화를 소홀히 하였다. 백제사회 내부의 이런 정치적 변화는 결국 신라로 하여근 급히 백제를 병탄할 모의를 하도록 만들었으며 백제의 공격을 계속 주저하던 당까지 신라 의견에 귀기울여 나당연합군이 쉽게 백제를 명망하게 하였다. (필자 맺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