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조일간의 정치적 교통의 일형태로 나타난 質에 주목하여, 그 의미를 재고하기 위한 하나의 작업으로써, 백제가 왜국에 보낸 질의 사례를 그 파견목적을 중심으로 검토한 것이다.
종래의 연구에 있어서는 질을 복속의 최고 상징으로 파악한 다음, 한반도 제국으로부터의 질의 존재에 주목하여 이를 곧바로 왜국과의 상하, 복속관계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았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본고에서 살펴본 백제에서 왜국에 보낸 질에 대한 검토 결과로 보면, 고대 조일간의 질에 대한 종래의 이해는 일면적인 것에 불과하며, 도한 매우 위험스러운 것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그러한 이해는 국가간의 외교의 장에서 일정한 피살과 기능을 수행했던 질의 진정한 의미를 잘못 평가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고대 중국의 질에 대한 검토에서도 분명히 알 수 있듯이 질은 당시의 국제관계 또는 국가간의 외교에 있어서 자국이 처한 상황이나 입장에 따라 때로는 수호사, 경우에 따라서는 청병사, 군사동맹결사로서의 중대한 임무를 띠고 보내진 외교특사였던 것이다.
백제가 왜국에 질을 보냈던 것은 결코 왜국의 요구에 굴복했기 때문이 아니라 백제를 둘러싼 당시의 한반도 정세에 대처하기 위한 대왜 외교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며 백제의 질이 지닌 공통적인 성격은 청병사, 수호사였다고 말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백제가 파견한 질은 왜왕권에 대해 적극적인 공작을 수행함으로써 반도 정세를 둘러싼 왜의 외교정책의 형성과정에 있어서 왜왕권이 친백제노선을 선택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러한 백제의 질이 지닌 성격과 수행 역할을 고려한다면 질의 의미를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필자 맺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