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는 성왕의 관산성 패전 이후 법왕대에 이르기까지 신라에 대한 온건책을 주장한 기로 세력이 지배권을 장악했는데 이들은 왕권을 제한함으로써 그들의 세력을 강화하려 하였다. 이는 중국과의 활발한 외교교섭 전개, 신라와의 전쟁을 피하며 추구한 내부적 안정, 익산경영, 제의, 불교를 통한 위덕왕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위덕왕 사후 나타나는 왕위계승이나 법왕의 단명을 통해 확인된다.
삼국유사에 확인된 서동은 익산지역에 파견된 백제 왕족으로 이 지역 통치를 담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익산지역에 파견된 서동은 익산을 중심으로한 세력과 연대를 강화하면서 사비의 8대성과는 신라의 선화공주와 결혼같은 방법으로 왕위계승기반을 닦아갔다. 따라서 서동이 무왕으로 즉위하는데 익산을 중심으로 한 세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익산지역과 밀접한 유대를 통해 왕위에 즉위한 무왕이 익산에 미륵사를 창건하고 왕궁성과 같은 도성 운영은 왕권강화에 필수적이었다.
미륵사 창건은 익산지역에 왕족으로 파견된 마한지역에서 깊이 신앙되어진 용신앙과 관련하여 사비의 귀족들 중심으로 신앙되던 미륵상생신앙이 아닌 미륵하생신앙을 구체화시켰던 것이다. 이렇게 구체화된 미륵하생신앙을 바탕으로 왕위에 오른 무왕은 익산지역에 미륵하생처로서 미륵사지를 건립함은 당연한 일이며 미륵사지 건립을 통해 전륜성왕으로서 위엄을 가진 구광으로서 군림하고자 하였다. 이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 것은 익산지역의 지명법사를 중심으로 한 불교세력이었을 것이다.
왕궁평성의 운영은 위덕왕 25년 이후부터 처음에는 서동이 거주하던 정치적 시설로 이용되다가 즉위 후 개편 확장하여 도성의 면모를 갖춘 것이 아닌가 한다. 아울러 그러한 개편 확장의 시기는 지배세력의 재편성이 이루어진 무왕 12년을 전후로 이뤄진 것으로 보여진다. 천도설과 관련하여 구당서에 나오는 “東西二城”을 통해 당시 동성으로서 사비가 운영되고 서성은 불교세력의 통괄과 경제럭 확보를 위한 도성으로서의 성격을 지녔던 왕궁평성이 아닌가 한다.
무왕의 왕권강화를 위한 일련의 시책은 백제의 적극적인 외교를 통해 국제적 지위 상승을 꾀하였고 무왕의 지위를 한층 강화시켰다. 신라에 대한 강경책이 성공을 거두고 백제는 보다 성숙된 문화를 이룩하였다. (필자 맺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