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머리말
II. 《大乘四論玄義記》에 대하여
III. 중국 찬술설의 문제점
IV. 백제 찬술설의 근거
V. 맺음말
요약
일본에 전래되어 온 《사론현의》가 중국의 불교문헌이 아니라 백제에서 찬술된 문헌임을 검토하였다. 《사론현의》 내용 중에는 耽羅人들을 禮樂의 교화를 입지 못한 미개한 사람들로 표현하고 있고, 중국의 강남지방과 강북지방을 각기 吳(國)과 魯(國)로 지칭하는 등 다른 중국 문헌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 책의 찬술자가 자신이 있는 ‘이곳[此間]’을 중국과는 구별되는 곳으로 서술하고 있는 사실은 이 책이 중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찬술되었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이 책에서는 ‘지금[今時] 이곳[此間]’에 있는 사찰로서 寶憙寺를 언급하고 있는데, 최근에 발견된 백제의 木簡의 기록을 통하여 이 사찰이 백제의 수도 지역에 있었음이 확인되었다. 보희사라는 이름의 사찰은 이 백제 목간을 제외한 어떠한 기록에도 나타나지 않을 뿐 아니라 ‘보희’라는 용어가 불교 경전은 물론 다른 어떤 문헌에도 보이지 않는 특별한 용어라는 점에서 이러한 이름의 사찰은 백제에만 존재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백제는 일찍부터 탐라를 복속시켜 지배하면서 그곳의 사람들을 야만인으로 여기고 있었는데, 이는 《사론현의》에서의 탐라인들에 대한 묘사와 일치하고 있다. 아울러 백제에서는 중국의 남조 및 북조의 국가들과 강남지방 및 산동반도를 통하여 교류하고 있었으므로, 각기 중국의 강남과 강북지방 혹은 남조와 북조의 국가를 각기 吳(國)와 魯(國)로 표현하는 것도 가능하였다고 생각된다.
이 책은 백제 불교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는 자료로서, 그리고 삼국시대의 불교가 통일신라 불교에 어떻게 계승되는지 파악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는 자료로서 그 가치가 크다. 그 동안 백제의 불교에 대해서는 일본에 전해지는 기록 등을 통해서 삼론학이 주요한 흐름이었을 것으로 이해되었지만 그 사상 내용의 구체적 모습은 알 수 없었다. 삼론학 개설서인 《사론현의》에는 삼론학의 주요 내용이 자세하면서도 체계적으로 설명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검토를 통해 백제 삼론학의 내용, 나아가 백제 불교의 교학이론에 대하여 구체적인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또한 《사론현의》의 내용 중 일부에서는 원효와 의상 등 통일신라 초기에 활동한 불교사상가들의 사상 내용과 상통하는 모습들이 보이고 있다. 이러한 내용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은 원효와 의상의 사상을 삼국시대 불교사상의 전개과정 속에서 이해할 수 있게 할 것이다. (필자 맺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