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향촌의 백제왕족전설은 역사적인 사실로 보기에는 힘들다. 신화학적인 면에서 본다면 그것은 오히려 중앙의 고귀한 신분의 사람이 전쟁 또는 정쟁에 패배하여, 중앙에서 산간부락에 피신하여 정착했다고 하는 낙인전설에 속하는 전승에 불과하다.
그러나 남향촌의 사람들은 이러한 차원에서 해석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오랫동안 그 전설은 마을사람들에 의해 역사적 사실로 믿어져 왔고, 또 그들은 백제왕족의 그들의 지역신으로 모시고 숭상했다. 더군다나 백제왕족이 가족들을 만나는 시하스마쯔리는 그들만의 행사가 아니었다. 신을 모신 가마가 木城町, 高鍋町, 川南町, 都農町, 日向市, 東鄕村을 거쳐 南鄕村으로 도착하기 때문에 이들 지역민들의 협력이 필요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행사가 에도시대에도 행하여졌다는 것은 적어도 이 지역민들에게 있어서 ‘백제왕족’이란 그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사회적 통합기능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제의행사가 한 때 위기를 맞이한 적이 있기도 했다. 가령 일본이 한국을 강제로 병합했을 때 외국신을 숭상한다는 압력을 의식하였는지 마을 사람들은 백제의 신을 大山祇命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어 부르기도 했던 것이다. 그리고 태평양전쟁이 발발하고 식량사정이 매우 어려웠을 때 9박 10일 걸리던 시하스마쯔리가 자동차를 이용하여 2박3일로 축소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남향촌의 사람들은 의식이 바뀌었다. 그들은 백제왕족전설을 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관광자원으로 인식을 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마을사람들에게는 백제왕족전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잠자던 역사가 다시 되살아났다. 현재 백제왕족전설은 단순히 민간신앙차원이 아닌 지역 경제를 살려주는 중요한 의미를 띠고 있는 것이다. (필자 맺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