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시대 백제 불교사의 동향과 관련하여 주목할 현상은 사리봉안기의 집중적인 출현이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린 자료는 익산 미륵사 서탑의 사리봉안기였다. 이를 통해서 사비시대 백제불교의 다양한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은 사비시대 백제의 불교사에 대해서 여러 논란도 새롭게 일어나게 하였다. 다름 아니라 사비시대 백제의 불교사에서 크게 주목되어 왔던 미륵신앙과 관련된 문제이다. 이는 당시 미륵신앙의 대상이 미륵보살, 혹은 그것을 넘어 미륵불로까지 확대되어 나갔는가는 것이다. 한편 사비시대 백제의 불교사상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말법사상의 문제도 그러하다. 미륵사 서탑의 사리봉안기에서 언급된 정법의 의미가 말법사상을 염두에 두고 나온 것인지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때 미륵불의 출현과 말법사상이 어떠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가도 함께 살펴보았다.
더 나아가 미륵사 서탑의 사리봉안기를 통해서 부여와 익산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두 세력 집단이 각각 석가불 신앙과 미륵불 신앙을 중시하며 서로 대립하였는가의 문제를 다루었다. 미륵불을 새롭게 신앙한다는 것은 석가불을 신앙하는 것과는 다른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석가불신앙을 기반으로 하는 세력 집단과 미륵불의 출현을 통해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세력집단의 상호관계가 어떠했는가에 대해서도 검토 하였다. 이러한 검토를 바탕으로 백제의 미륵불 신앙이 신라 미륵불 신앙의 등장에 미친 영향도 간단하게 정리해 보았다. (필자 초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