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고구려, 백제 3국의 건국신화를 비교하여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하였다. 부여에는 동명을 시조왕으로 하는 건국신화가 있지만 단순한 내용이다. 고구려는 부여 건국신화를 계승하여 4세기 후반에는 시조왕인 중해를 천제모수해(해모수)와 하백의 딸 유화의 사이에 낳은 아들로 위치시켜, 건국신화를 창조하고, 그것을 광개토왕대에 편찬된 『留記(유기)』에 기록했다. 그 내용은 『新集(신집)』에 간략화되어 있고, 동부여의 신화가 더해져서, 시조가 동명왕 주몽으로 새롭게 탄생된 것이다.
한편, 백제의 지배집단은 고구려의 출신이었기 때문에, 처음엔 해의 신과 하백의 딸을 부모로 하는 고구려에서 태어난 온조를 시조로 삼았지만, 근초고왕대에 고구려와 대결하게 되면서 졸본부여에서 태어난 동명을 시조왕으로 하고, 온조를 동명과 졸본부여 출신의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 위치매김하였다.
그런데 이 전승은 고구려 시조왕이 동명왕으로 추대되면서 변용을 거쳐 각종의 다른 전승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백제말기에 주류를 점한 것은 태양신과 하백의 딸을 부모로 하는 동명왕을 시조로 하고, 2대왕으로 비류, 3대왕으로 온조로 하는 전승이 만들어졌다. (필자 맺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