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중부 이남에 존재하던 고대의 종족은 韓과 濊로 알려져 있다. 고대사학계와 고고학계의 일반적인 연구경향은 이들 종족의 분포양상을 물질문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나 실제로 한과 예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경기지역의 경우는 한과 예가 중첩되는 지역이다.
중국 사서에 예와 맥이라고 표현된 집단 역시 종족적으로 명확히 구분되는 단위이기 보다는 중국인들에 의해 지칭된 단위일 가능성이 더 높다. 따라서 한과 예, 맥이란 종족 단위가 완성된 형태로 등장하면서 한국사가 발전한 것이 아니며 이들이 고정불변의 단위인 것도 아니다.
마한을 구성한 여러 정치체가 현재의 경기-충청-전라지역을 무대로 존재하였음은 분명하지만 이들을 예 및 진변한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곤란하다. 마한의 서계와 남계가 각기 황해와 남해임은 분명하지만 북계는 예와 구분하기 어려운 상태이며 동계는 충청 동부와 호남 동부의 고고학적 양상을 볼 때 현재의 도 경계를 기준으로 획정할 수는 없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이유는 한반도 중부 이남에 한이나 예, 혹은 마한, 진한, 변한이란 용어만으로 포용할 수 없는 다양한 종족집단이 존재하였기 때문이다. 결국 실제의 종족적 정체성, 자신이 인식하는 바, 그리고 타자의 인식, 이 3자 사이에는 괴리가 자주 발생하는 점을 인식하여야 한다. (필자 초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