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머리말
Ⅱ. 실학자들의 고구려ㆍ백제 인식
Ⅲ. 실학자들의 고구려사ㆍ백제사 연구
Ⅳ. 맺음말
요약
조선 후기 실학자들의 고구려ㆍ백제에 대한 인식 및 그 역사 연구에 대해 오늘날에도 관심의 대상이 되거나 논란 중인 주제들에 초점을 맞추어 정리해보았다. 그 과정에서 실학자들의 역사인식에도 華夷觀과 유교적 도덕주의에 입각한 역사해석 등이 여전히 잔존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역사서술에서는 이전과 달라진 발전적인 면모가 분명히 나타났다. 중국 문헌과 국내사서들에 대한 종합적 검토 끝에 보다 합리적인 결론을 내리는 모습이라든가, 中華主義的 인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중국 중심의 세계관을 탈피하려는 모습을 보인다든가,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우리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중원세력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는 내용들이 역사서들에 담겨져 있다. 자국중심적, 주체적, 자주적, 독립적, 실학적인 역사인식이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실학자들의 역사서 검토과정에서 특히 눈길을 끈 내용은 우리 고대사를 형성한 민족 및 역사영역에 대한 것이었다. 다산은 동이(조선인, 韓)를 우리 민족의 주류로 보고, 여기에 예맥(고구려, 동예, 백제)과 중국 秦의 유민(辰韓)이 일부 포함된 것으로 생각했다. 다산은 예맥을 우리 민족이 아니라고 보는 입장에서 부여사를 우리 역사에서 배제했으나, 같은 예맥의 나라인 고구려, 동예, 백제는 우리 국가로 인정하고, 우리 역사 안에 속한다고 보았다. 이것은 이종휘의 인식과 차이가 있다. 이종휘는 혈통적으로 부여, 고구려, 백제, 예맥, 옥저, 비류, 발해를 단군족이라고 지칭하고, 이들이 우리 민족의 주류라고 인식했으며, 고구려 중심으로 고대사를 서술했다.
여기에서 조선 후기 역사학자들의 역사영역에 대한 인식이 주목된다. 혈통주의 입장에 서서 민족의 옛 활동무대까지 모두 우리의 역사영역에 넣는 입장과, 당시의 현실 강역 범위 안에 드는 지역만을 역사영역으로 보는 입장으로 나눠져 있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한중학계 사이에 논란이 되고 있는 고조선사, 고구려사, 부여사, 발해사의 귀속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는 문제이다. 이와 관련하여 실학자들의 역사서에는 기자조선, 고구려의 종족기원, 현도군과 고구려의 관계 등에 대해 오늘날의 한국학자들과 차이가 있는 방향으로 서술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이는 중국 사서에 실린 단편적인 사료들을 과학적인 사료비판을 거치지 않고, 또 고고학적 현상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대로 편집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은 관련 내용에 대한 논란이 향후에도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해당 문제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가 더 진행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고 할 수 있다. (필자 초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