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기대의 일본 조정에서는 百濟王氏, 百濟朝臣, 百濟公 등 의자왕의 직계자손과 백제왕족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하는 씨족들이 활약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역시 백제 近仇首王의 손자의 진손왕에서 비롯되었음을 주장하는 葛井連·船連·津連과 같은 씨족들도 있었다. 이들을 포함한 백제계 씨족들은 나라시대 동안 두 차례의 큰 변동을 겪게 된다. 하나는 720년경과 750년경에 이루어지는 渡來人의 사성과정에서 도래인이거나 유민이라는 흔적을 남기는 본래의 姓을 대신하여 일본적인 姓을 갖게 된다. 다음으로는 桓武가 즉위하면서 新笠과 관련이 있거나 백제계임을 자처하면서 자신들의 氏姓을 바꾸거나 姓을 올려달라는 청원을 하는 일이 자주 있었으며, 이러한 청원은 桓武에 의해서 관대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문제는 각 씨족이 제출한 청원의 내용이 반드시 역사적인 사실을 반영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다. 각 씨족의 출자전승 등에 관한 주장은, 먼 과거의 사실을 기록한 것일수록 그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일본열도에서 백제 유민들의 동향이라는 것도 지속적으로 독립적인 자치구역을 형성하여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일본이라는 율령제 국가 속에 편입되어 생활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그 시대의 일본 지배층이 가지고 있던 관념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즉 백제유민의 동향을 추적하는 일은, 동시에 일본의 지배층이 가지고 있는 유민 혹은 이민족에 대한 관념과 그 변화를 밝히는 일과 결부되어 있다. 이제부터 일본의 異民族 集團에 대한 관념과 그 변화과정을 밝히고, 그러한 과정 속에서 어떻게 백제유민이 변모해 가는가를 추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일본적인 氏姓으로 전환해가는 과정이 유민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고 하겠다. (필자 맺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