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제전쟁에 관한 자료 분석을 바탕으로 이 전쟁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한편, 여․제 전쟁사 전개의 추이를 가늠해보고자 하였다.
369~390년의 기간은 여․제가 낙랑 및 대방 고지에 대한 독점적 지배권을 둘러싸고 공방전을 벌렸던 고구려․백제의 상쟁기(제Ⅰ기)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이 시기 고구려와 백제는 상호 主敵 관계의 입장에 서서 초기의 백제 强攻勢와 이후 고구려의 反攻勢가 교차하는 시기이기도 하였다.
다음으로 고구려의 대제 압박기(391~433 A.D. 제Ⅱ기)는 고구려가 주로 광개토왕 대에 압도적 군사역량에 힘입어 백제를 한강~임진강변까지 밀어붙이고, 한반도 최남단까지 作戰圈을 확대한 시기이다.
제Ⅲ기인 나제동맹기(433~550 A.D.)는 고구려와 백제․신라 간의 군사적 대립구도가 형성된 시기이다. 또 이때는 한성 강습․미질부 진공작전 등으로 표상되는 대 나․제 交侵 전략에도 불구하고 고구려의 군사행동 실효성이 차츰 저하되어 가던 시기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여․제의 和․戰 양면관계 錯綜期(제Ⅳ기)는 한강 유역 영유권 문제를 빌미로 신라와 백제의 每相攻伐 상황이 연출되고, 고구려와 신라 간의 주적 관계가 성립된 시기이다. 이 상황 하에서 신라는 대당 傾倒 정책을 국가생존전략으로 선택하게 된다.
AD.369~7C 여․제전쟁사의 전개는 매 시기마다 전쟁을 주도한 국가들 면면의 변화상을 보여준다. 즉 제Ⅰ기와 Ⅱ기에는 고구려와 백제가, 제Ⅲ기에는 신라의 위상이 차츰 고양되며, 제Ⅳ기에 들어와 신라가 오히려 여․제의 공동 주적으로 자리매김 되게 된다. 특히 제4기 신라의 강세는 기존 삼국 간 힘의 구도를 깨는 새로운 무장세력의 대두를 알리는 바, 이는 7C 동Asia 국제전쟁의 발발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필자 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