倭國에서 余禪廣 일족은 백제유민을 대표하는 존재로 인식되었으며 멸망한 백제왕권의 계승자로서 의식되었던 것으로 파악되었다. 따라서 왜국의 그들에 대한 존재의미가 단순히「도래인」의 성격을 넘어서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짐작 할 수 있다. 이는 倭國의 권위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대외적으로는 신라에 의한 조선반도 통일 후의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변화에 따른 왜국의 정치적인 위상과 깊은 관계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위의 변화는 대외적 배경을 바탕으로 倭國에 의해 의도된 것이 아니라 7세기 후반 율령체제의 성립 과정에서 야기된 자연스러운 변화였다고 생각된다. 다시 말하면 倭國에서의 余禪廣 일족의 행적은 타율적으로 강요되고, 결정되는 것이 아닌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즉 그들이 官人化 내지 氏族化하는 과정에는 그들의 자율적 의지도 작용했다고 보여진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그들의 자립성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더욱이 7세기 후반의 백제왕족에 대한 倭國의 우대책이 그 후 약 이백년동안 변하지 않고 연속되었다고 생각한다면, 이러한 余禪廣 일족에 대한 우대책이 동아시아 국제질서 안에서 倭國의 정치·외교적인 위상과 불가분의 관계였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필자 맺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