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백제역사와 고고학 자료의 특징
2. 백제의 국가형성과 문화기반
3. 백제의 국가성장과 영역확장
4. 맺음말-고고학 자료의 한계
요약
백제사는 사료의 공백이 많은 분야이다. 그만큼 백제역사를 재구성하는 일은 어렵고 위험하다. 그러므로 백제 초기의 국가 성장 과정을 몇몇 고고학 자료로 추측하고 복원하려는 것은 고고학의 한계를 넘는 시도일 수 있다. 본고에서는 고고학의 자료를 모아 비교․검토함으로써 백제 초기사에 대한 해석의 기반을 튼튼히 하고자 하였다.
문헌자료를 떠나 고고학자료에만 의존하면, 백제는 대략 2~3세기 무렵에 한강 유역에서 국가를 형성하고, 4세기에 영토를 급속히 확장하여 북쪽으로 황해도, 동쪽으로 강원도 영서 지역, 남쪽으로는 충청도 일대를 아울렀으며, 5세기에는 전라도 북부 지역까지 흡수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해석은 백제가 4세기 후반 근초고왕 때 이미 전라도 지역을 모두 영토화했다는 학계의 통설과 크게 다른 것이다.
고고학 자료는 유물론을 바탕으로 하였기에 객관적 물증이라는 장점이 있다. 문헌자료는 상대적으로 거짓말하기 쉽지만, 생활흔적이 주축이 된 고고학 자료는 그럴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다만 고고학 자료는 그것이 왜 이곳에 이런 모습으로 남게 되었는지를 전혀 설명해주지 않으므로 자료의 이면과 정황을 읽어내는 해석법이 매우 중요하다. 똑같은 영산강 유역의 유적․유물을 두고 한쪽에서는 아직 백제가 영토화하지 못한 탓이라고 풀이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정치적으로 백제에 흡수되었지만 아직 고유 문화․관습을 유지한 탓이라고 풀이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처럼 고고학 자료는 객관에 기초한 것이지만 연구자의 주관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렇기에 고고학 자료를 더욱 완벽히 소화하기 위해서는 역사학이라는 디딤돌이 필요하다. (필자 맺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