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백제 도교에 관한 연구는 대부분 백제에 도교가 있었다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새로이 발굴된 고고 자료를 통해 백제 도교의 다양한 측면에 접근하려고 시도한 연구도 있어 주목된다. 본 논문은 이러한 점을 더욱 발전시켜 무왕대 백제 도교의 성격을 밝혀보려고 하였다. 그 방법으로 통치자의 뜻이 궁원의 조성에 반영된다는 사실에 주목하였다.
백제에서는 한성시대부터 궁원을 조성하였는데 뒤를 이은 웅지시대와 사비시대에도 그러하였다. 백제의 궁원은 산, 연못, 기이한 짐승과 특이한 화초, 그리고 주위의 수려한 건축물 등을 기본 구성요소로 하였다. 백제 궁원사에서 주목되는 점은 백제 무왕이 궁남지를 조성하기 위해 연못 안에 도교의 신선이 산다는 방장선산을 만들게 했다는 백제본기의 기록이다. 본기는 통치자의 행위를 적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무왕대에 방장선산이 조성된 점은 무왕의 사상적 경향이 도교를 받아들였다는 점을 보여준다.
무왕은 신라와의 전쟁과 중국과의 외교를 주도하면서 왕실의 권위를 높이고 국가의 번영을 위해 통치이념으로 도교를 받아들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도교를 통치이념으로 수용하려한 세력으로는 무왕만이 아니고 왕의 빈과 왕의 자제를 비롯한 왕족을 들 수 있다. 무왕대의 외교 담당자가 대신에서 왕족으로 바뀌고 있으며 무왕 30년 이후에 백제 정치 무대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이 대신이 아닌 왕족이라는 사실이 이를 방증해준다. (필자 맺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