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식을 비롯한 삼국사기 편찬자는 유교사관 입장에서 고대문화 속에서의 원시종교의 역할과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었을까.
고려 초 유학자들이 원시종교를 부정적 시각에서 보았다. 이는 고려왕조가 건국되고 유교가 새로운 지도이념으로 수용되는 과정에서 원시종교가 불교와 더불어 유교정치이념에 입각한 국가 운영을 저해하는 것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삼국사기 편찬 전후로 이단사상 내지 신앙을 배척하는 분위기가 더욱 고조되었고 삼국사기에서 한국고대의 고유한 습속들이 핍박과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논찬의 경우 특히 그러하다. 이러한 점은 김부식을 비롯한 삼국사기 편찬자들이 원시종교를 부정하고 극복되어야 할 문화전통으로 인식함에 따라 삼국사기 편찬에 있어 원시종교적 사실에 대한 자료 수집, 취사선택, 서술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작용을 했을 것이다.
유교사관과 부정적 원시종교관에 입각하여 삼국사기를 편찬했다고 할 때, 원시종교관계자료의 수집은 소홀했을 것이며 원시종교적 사실들이 기사화될 수 있는 여지도 상당히 적었을 것이다. 특히 기층사회의 원시종교에 관한 자료나 유교적 합리주의 내지 명분론에 배치되는 사실을 전하는 자료 등은 더욱 그러했다. 그 결과 삼국사기는 원시종교에 관한 언급은 단편적이고 빈약하며 원시종교를 구성하는 다양한 측면도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자료가 되었다.
삼국사기는 사실을 날조한 자료는 아니더라도 유교사상 내지 사실의 편년화로 말미암아 원자료를 분전, 압축, 변개, 윤색함으로써 원시종교적 사실을 왜곡 내지 무관한 것처럼 만들어버린 경우, 또는 시대성을 탈색시킨 경우가 많다. 즉, 원시종교연구에 있어 간과할 수 없으나 원시종교의 전체적 모습이나 성격, 변천과정 등에 대한 동태적 파악을 어렵게 하는 자료이기도 하다. (연구원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