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者와 日官은 별다른 구별없이 쓰였는데, 소위 日官의 실체는 시기에 따라 다르다. 신라의 경우 8세기 중엽 이후의 日官이란 天文博士등 天文職官員을 가리키는 말이며, 천문관측이 시작되었다고 보는 6세기 혹은 첨성대가 설치된 7세기 前半부터는 비록 占星的수준이었지만 天文職이 있었고, 그 이전의 日官은 占星과 占卜의 두 직능을 겸하였다. 한편 日官이 占卜을 한 예로 보아 日官은 供奉卜師등 卜業系官員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日官의 초기 직능과 비교해 볼 때, 巫는 占卜과 治病을 담당하였고 점차 전문직 官員으로 細分되어 갔다. 占星·占卜·治病은 모두 샤만의 직능으로서, 이 가운데 각각 두 직능만 행하는 日官과 巫는 분화·발전 단계의 샤만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日官을 기후샤만(weathershaman), 巫를 보통샤만(ordinary shaman)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고구려와 백제 초기사료에서 日官과 巫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이들의 샤만적 직능이 政事에서 차지하는 높은 비중을 말해준다. 그리고 兩國의 天文學수준은 신라보다 몇 백년 앞선다.
신라의 鄕言‘彡麽’가 ‘僧’의 칭호라고 한 것은 彡麼의 종교행위가 佛僧의 그것과 유사한데서 비롯된 것으로서, 이것은 불교가 들어오기 이전에 고유의 司祭(priest)가 존재한 것을 말해준다. 彡麽는 shaman에 대한 漢字表記일 가능성이 큰데, 이것은 上古時代의 종교현상이 샤마니즘임을 언어학적으로 방증하는 것이다. 彡麽는 專業的宗敎家로서, 日官·巫와 함께 샤만의 여러 직능이 분화·발전된 존재이다. 그러므로 샤마니즘은 上古時代의 이데올로기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불교전래 당시 샤마니즘 문화의 비교적 높은 수준 과 재래 종교가의 세력을 인정하고 보면, 신라에 있어 불교수용에 대한 거센 마찰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샤마니즘이란 기본적으로 자연을 통하여 인간을 이해하는 사고이므로 인간의 행위를 중시하여 사회의 발전을 기대하는 윤리체계로는 한계가 있다. 신라 中代이후의 日官사료에서 불교적 偏向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사상계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필자 맺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