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종교의 시원은 풍류도에 있다. 그것은 巫적 전통이 아닌 仙적 전통이 강한 가운데 출현한 것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彌勒下生信이 대두하여 국력을 흥하게 만든 역사는 통일신라의 경우가 처음이다. 삼국통일의 기세를 잡은 화랑도는 전래의 풍류도를 주체로 하여 그 당시 신사조로 들어왔던 불교와 잘 조화된 가운데 통일을 성취하는 새로운 이념이 되어 인물을 양성하였던 것이다. 단군 이래의 풍류도를 仙의 맥으로 보고 화랑이라 했다면 그 당시 신사조로 들어온 불교의 맥에서는 오직 신라에서만이 소승불교 대승불교 사상이 다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미래지향적인 이상을 그리고 있는 미륵하생신앙에 뿌리를 내렸다는 것은 그 당시의 실천적 이념으로서 놀라운 창조가 아닐 수 없었다. 이러한 사조를 통해 완성된 한 인물을 불교 입장에서는 「미륵」이라 칭하고, 풍류입장에서는 「화랑」이라 칭하는 조화적 인간상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풍류도가 쇠진할 무렵에 국초 국말이 된 후삼국 시대에 들어오면서 그 혼란한 시국을 새롭게 잡아 세워 통일국가 태평성대를 이루겠다는 지도자의 의지는 역시 미륵으로 나타난다. 궁예나 견훤이 스스로 미륵임을 자처하고 용화회상을 이 땅위에 내 손으로 건설하겠다는 의지로 나타났지만, 사실상 풍류도와 한이념을 실천하려했던 왕건에 의해 통일을 보게 되고, 그들의 염원은 고려 땅에서 태평성대의 미륵세계를 구현했다고 본다. 이제 21세기는 세계가 한 가족처럼 공존하는 시기이고, 인터넷을 비롯한 발달된 정보 매체에 의하여 동일한 시간대에 모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대에 와 있다. 주체성은 살리되 그것을 세계의 모든 민족들에게 확신시킬 수 있는 보편성을 동시에 획득하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과 지금 여기에 모여 미륵용화세계를 갈망하는 미륵신앙인들에게는 ‘21세기 미륵용화세계의 구체적인 모습은 무엇이고, 또 앞으로의 세계를 구원할 미륵의 인간상은 무엇일까?’ 라는 화두를 안고 있다. 또한 미륵세계의 근원을 민족의 고유사상 속에서 찾으려고 하는 시도야말로 21세기 한국을 통해 보여줄 미륵용화세계의 모습이 드러날 것이라 믿는다. (필자 맺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