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백제에 전래되고 다시 일본으로 전해진 삼론사상이 어느 분파의 것이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慧均의 《大乘四論玄義記》가 백제에서 찬술된 문헌으로 밝혀진 것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는 것이다. 《대승사론현의기》의 내용은 길장의 《大乘玄論》과 비슷하게 나타난다. 두 문헌 모두 法朗의 가르침에 대한 언급은 동일한 스승의 제자로 사상적으로 비슷한 입장에 있었음을 보여준다. 혜균과 길장의 저술은 사소한 방법론적 차이는 있지만 이는 서로 상보적인 것으로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혜균의 발견은 원효의 화쟁 사상에 대한 이해에도 새로운 시사점을 제시한다. ≪대승사론현의기≫에서 나타나고 있는 백제에서의 三論사상과 攝論사상의 갈등은 唯識사상과 中觀사상에 대한 원효의 비판이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배경을 갖는 것임을 보여주며, 이를 통하여 원효의 사상에서 화쟁 사상이 강조된 것이 고려시대와 식민지시대의 정치적 관심사에 의한 왜곡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 견해들을 반박할 수 있게 한다.
원효는 실제로 《대승사론현의기》를 읽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원효의 ≪涅槃宗要≫에 나오는 佛性의 본질에 대한 논의와 비슷한 내용이 ≪대승현론≫에 나타나고 있는 점이 지적되어왔지만, 비슷한 내용이 ≪대승사론현의기≫에도 나오고 있다는 사실은 최근까지도 간과되어왔다. 이 외에도 본문에서 다양한 검토를 통해 원효가 혜균과 길장의 양 저술을 모두 잘 알고 있었고, 길장의 《대승현론》이 원효의 화쟁 이론에 영향을 미쳤다면 《대승사론현의기》가 원효의 화쟁 이론에 영향을 미친 증거는 더 크다고 보았다. (필자 초록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