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머리말
II. 陵山里출토 목간의 성격에 대한 검토
II. ‘六卩五方’ 목간에 대한 기존 견해의 문제점
IV. ‘六卩五方’목간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백제의 術數學
IV. 맺음말
요약
백제에서 가장 많은 목간이 출토된 陵山里寺址 목간의 성격 및 작성연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나성의 축조와 관련된 6세기 전반의 목간으로 보는 견해, 사비도성 성립 후 실시된 제사 의례 및 나성대문의 禁衛와 관련된 목간이라는 견해, 능산리 사원의 조성과 관련된 목간으로 6세기 중·후반에 사용된 목간이라는 견해 등이 그것이다.
다양한 형식과 내용을 갖춘 능산리 목간 중 발견 당시부터 관심의 초점이 되었으나 현재까지도 판독과 해석에 논란이 많은 자료가 ‘六卩五方’ 목간이다. ‘六卩五方’이라는 문구가 목간의 제작·사용 당시 백제의 지방제도가 ‘5부5방제’가 아니라 ‘6부5방제’였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기도 하고, 물건의 제작과 관련한 율령에 기반한 표현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본고에서는 ‘六卩五方’ 목간에 대한 판독과 해석에서 백제인이 중국의 도교문화나 術數學에 조예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였다.
‘六卩五方’ 목간이 비록 능산리사지에서 출토되었지만, 불교뿐 아니라 도교의 주술·의례적 요소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판단되어 문구에 대한 해석을 시도하였다. ‘六卩五方’은 백제의 지방통치구획이 아니라 ‘우주 만물의 세계’를 지칭하는 관용적 표현으로 이해하였다. ‘作形’은 중국의 술수학에서 언급되는 ‘分形’, ‘形과 神의 구비’에 근거하여 형체의 보전과 관련시켜 해석해보았다. 능산리 사원이 왕실의 願刹이고, 더욱이 참혹한 죽음을 맞은 성왕과 전사자의 영혼을 달래기 위한 장송의례 내지 제사의례를 행한 곳이기 때문에 ‘作形’의 의미는 ‘형체의 보전’일 수도 있다고 보았다.
‘六卩五方’목간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는 불교나 율령, 어느 한쪽에 고정시켜서는 곤란하며 불교·도교의 융합, 주술신앙과의 관련 속에서 폭넓게 이해해야 할 것이다. (필자 초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