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머리말
Ⅱ. 백제의 제사와 희생의례
Ⅲ. 고대 희생의례의 사례와 유형
Ⅳ. 백제 동물희생의 성격
Ⅴ. 맺음말
요약
백제제사의 동물희생을 확인할 수 있는 직접적인 문헌사료는 『삼국사기』 백제본기 비류왕 10년의 기록이 유일하다. 때문에 이 글에서는 이러한 사료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백제에서 제사의 희생물을 획득하는 과정이라고 생각되는 사냥의 기록과 그 변화상을 주목해 보았다. 『삼국사기』 백제본기 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왕의 사냥 기사들을 볼 때 포획물의 종류는 예외없이 신록을 포함하여 사슴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제사에서 희생물로 사용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백제 제사의 희생물이 사슴이었던 것은 고구려의 돼지, 신라의 소와 구분된다. 그런데 『삼국사기』 백제본기 상의 사냥과정에서 동물포획을 전하는 기사는 동성왕 말년 이후로 자취를 감춘다. 이는 동성왕 11년 이후 천지신에 대한 제사가 끊어지면서 동물희생의 전통이 변화를 겪게 되었던 것이다. 그 배경에는 불교의 수용에 따라 제사의식이 불교식으로 변화한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백제를 비롯한 고대사회에서 제사를 통해 신에게 바치는 공헌물인 희생동물은 신과 교통하고 교감을 갖는 존재라고 생각했던 듯하다. 백제인들을 비롯한 고대인들이 희생물을 신에게 바치는 의도는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희생의례의 목적에 따라 분류된 고대 동북아 사회의 동물희생은 맹약희생, 점복희생, 기원희생, 고천희생, 겁박희생, 진혼희생 등의 여섯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분류에 기초하여 기록에 남겨진 백제 동물희생의 사례인 백제본기 비류왕 10년의 동물희생을 본다면 이는 고천희생의 범주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백제 사회에서도 맹약희생의 사례가 있었음을 전하는 내용이 광개토왕비문 속에서 발견된다. 백제와 고구려 사이에 이루어진 맹약의례의 존재를 암시하고 있는 이 비문은 그러나 구체적인 의례과정을 담고 있지 않아서 맹약희생의 세부적인 내용들을 소상하게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연구원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