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제기된 기년조정안들의 타당성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기년조정이라는 문제는 그 자체로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지고 있음은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료들 사이에 시간적 모순이 나타난다 하더라도 기년자체를 조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함이 당연하다. 그러나 최근 제기된 기년조정안들에서는 이런 신중함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사료에 대한 검증은 확실한 것을 바탕으로 불확실한 것을 확정시켜 나아가는 방법이 당연한데도 최근 연구에서는 오히려 불확실한 전제나 오차가 많은 수치를 기반으로 하여 여타 사료와의 비교를 통해 나타나는 반증까지 무시해버린 채, 일방적으로 기년을 조정해버린 것이다.
특히 이러한 기년조정이 《삼국사기》중에서도 〈신라본기〉에만 일방적으로 가해져 있는 것이 문제이다. 그 결과 사료계통이 다른 사서는 물론이고 같은 《삼국사기》 중에서도 조정된 〈신라본기〉 기년과 상응하는 〈백제본기〉, 〈고구려본기〉 기년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삼국사기》 중에서도 〈신라본기〉에 국한된 사료만 이용하다보니 초기 신라사를 중심으로 기년을 조정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4세기 중엽부터는 신라와 주변세력 사이의 국제관계가 복잡해지는 양상이 나타난다. 그러므로 4세기 신라사의 기년을 조정한다면 고구려나 백제사는 물론 중국사와 일본사의 기년까지도 조정해야 한다. 사료계통이 다른 동아시아 역사 전체의 기년이 이렇게까지 일관되게 조작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4세기를 중심으로 한 기년은 조정이 가능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렇게 일관적인 기년조정을 반대한다고 해서 《삼국사기》 초기기사를 하나하나까지 신빙해야 한다거나 명백히 문제가 있는 기사들의 기년까지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는 상고사에 있어서는 기년을 뛰어넘는 윤색과 삽입이 얼마든지 가난하다고 생각하며 이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의 필요성도 인정한다는 것이다. 단지 사료의 잘못을 바로잡으려면 기사 하나하나에 대한 철저하고도 입체적인 검증이 필요한 것이지 일반적인 기년 조정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필자 맺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