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열전 검토의 시각
Ⅱ. 고유 자료의 수용
Ⅲ. 중국 자료의 활용
Ⅳ. 열전 자료의 위상
요약
이 글은 『삼국사기』 열전 작성에 반영된 국내외 자료와 그 계통에 대한 논의를 목표로 하였다. 논의는 네 단계로 전개하였다. 첫째, 열전의 내용과 본기 및 잡지의 내용을 비교하여 『삼국사기』 편찬 당시의 자료 환경 일반에 대한 이해를 추구하였다. 둘째, 국내 고유 자료에 대한 수용 방식을 탐색하였다. 셋째, 중국 자료를 활용하는 맥락을 점검하였다. 넷째, 『삼국사기』에서 차지하는 열전의 자료적 위상을 가늠하였다.
이와 같은 검토는 『삼국사기』 열전의 원전에 대한 이해와 자료의 계통을 짐작하는 데 기여함은 물론, 『삼국사기』 전체의 편찬 과정 및 자료 환경을 구명하는 데 유효하였다. 우선, 열전 편찬의 근거 자료와 서술 방식은 『삼국사기』의 다른 편목의 경우와 다르지 않았다. 국내 원전으로는 「진삼국사기표」에서 언급된 『고기』류가 주류를 이루었다. 특히 삼국의 본기 작성에 채택되지 않은 자료들이 중시되었다. 중국 자료를 활용하는 방식 역시 본기 서술에 채택되지 않은 내용을 위주로 하였다. 크게 보아 열전에 인용된 중국 자료는 일단 고유 자료의 부재를 채울 대안이었다. 그 과정에서 고유 자료의 특정 정보는 분주 형태로 비교 제시되거나 혹은 본문 형태로 보입되었다. 아울러 동일 사건을 전하는 다양한 전승 자료들 사이의 차이에 대해 찬자들의 비교ㆍ고증이 충분치 못하였음을 확인하였다.
요컨대 『삼국사기』 열전 찬자는 국내외 관련 기록들을 서술 토대로 삼되, 가능한 한 삼국의 본기 작성에 직접 수용된 자료와의 중복을 피하고자 하였다. 그 세심한 배려의 흔적은 특히 신라 측 인물들의 전기에서 용이하게 헤아릴 수 있었다. 동시에 그는 삼국의 본기 작성에 수용된 자료와 열전 서술 재료의 차이점에 대해 유념하고 있었다. 이것은 『삼국사기』 편찬 과정의 유기적 측면을 반영한다. 다만 중국 자료에 의거한 서술의 경우와 복수의 고유 전승물들 가운데 본기에 채택되지 않은 자료에 의거한 서술의 경우, 그 내용상 유기적 호응 여부에 대한 고려의 정도는 동일하지 않았다. 대체로 이미 전기의 형태로 작성된 중국 측 자료는 고유 자료와의 상충 여하와 무관하게 중시되었던 것이다. 아울러 열전 찬자는 개별 인물의 서술에서 열전 내부의 입전 인물들과 의거 자료들을 주의하여 고려하고 있었다. 이것은 또한 열전 작성 과정 자체의 통일성을 의미한다. 결국 ‘자료의 측면’에 국한해 말할 때, 열전은 『삼국사기』의 주요 편목으로서 독립적 위상에 있으면서, 각 본기를 위시한 다른 편목들의 정보를 효과적으로 보완한다고 평가한다. (필자 초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