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머리말
2. 역사와 설화의 거리
3. 서동설화의 허구적 진실
4. 서동설화의 정체성
5. 맺음말
요약
미륵사 관련 『삼국유사』의 기록이 설화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해보면서, 허구라는 설화를 통해서 전하고자 했던 진실, 즉 허구적 진실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이들을 근거로 해서 서동설화 및 미륵사의 정체성에 대한 접근을 해보고자 하였다.
『삼국유사』무왕조의 기록이 설화라는 사실을 전제로 했을 때, 그리고 구비문학의 일종으로서 가변성과 허구성을 생명으로 지닌다는 사실까지 인정하는 선을 출발점으로 했을 때, 우리는 그것의 내용적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
첫째, 사리봉안기와 서동설화가 미륵사의 창사에 대해 다른 정보를 전하고 있다는 것은 당연하다. 전자는 실체적 진실을 기록한 것이며, 후자는 훗날 공동작으로 만들어진 창의적 문학작품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록과 구술의 차이에 대한 이해 역시 바탕이 되어야 한다. 사리 봉안기는 처음부터 기록물이었으며, 서동설화는 구전되던 작품을 글로 옮겨놓은 것이다. 시대를 올라갈수록 기록은 지배층의 전유물이며, 구전문학은 피지배층이 즐기던 것이었다. 따라서 서동설화의 전승집단은 미륵사를 창건했던 주체 세력이 아니라, 그것을 짓는데 동원되었던 민중들이었다.
둘째, 미륵사 창건 주체와 서동설화의 전승 주체 사이의 이질성을 확보하고 보자면, 전자가 사리봉안기에 남긴 지향과 후자가 설화를 통해서 말하고자 했던 지향의 차이점 역시 선명해진다. 미륵사 창건 주체는 왕과 왕비의 건강, 그리고 불교의 번성 등을 사리봉안기의 문면에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서동설화이 전승주체들은 역사로 보자면 엉뚱한 신라의 공주를 끌어들여 백제의 왕비로 앉히는 것으로 해서 나제간의 전쟁을 설화의 세계에서나마 벗어나고자 했을 것이다.
셋째, 미륵사에 걸었던 이러한 민중들의 바램은 오히려 구전되어 오는 폐사전설을 통해 더욱 선명해진다. 미륵사에 들끓는 쥐떼를 박멸하기 위해 금으로 고양이를 만드는 일이었다. 미륵사의 횡포를 질타한 것이며, 이는 불교 또는 지배층에 대한 설화적 보복일 것이다. (필자 맺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