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東京博物館 소장의 法隆寺獻納寶物 196호 금동 광배는 광배 뒤에 ‘갑인년(594년 추정)에 王延孫이 현재 부모를 위해 제작한다’는 명문이 있어 이른바 ‘甲寅銘 光背’로 불린다. 이 광배는 조형적으로 남조의 영향이 농후한 점, 명문에 年號가 사용되지 않은 점 등으로 보아 중국 남조의 영향을 받아 백제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갑인명 광배는 조형적 특징 이외에 명문에서도 남조의 영향을 강하게 드러내주고 있다. 광배의 명문은 형식과 내용 면에서 중국 남북조시대의 일반적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어 남조와 북조의 지역적 차이는 출현하지 않는다. 그러나 명문에 사용된 몇 개의 특징적인 자구를 분석해보면 남조와 북조의 지역적 차이가 아주 분명하게 반영되어 있다. 본고는 삼국시대 다른 조상 명문에서는 나타나지 않고 이 광배 명문에서만 나타나는 ‘奉爲’ ‘乘’ ‘金銅’ ‘仏’ 등을 중국 남북조시대와 수대 및 7세기 당대 조상기 및 발원문 등과 비교 분석하여 갑인명 광배 명문의 특징을 밝히고자 했다.
갑인명 광배 명문의 가장 큰 특징은 ‘奉爲’와 ‘乘’의 사례에서 보이는, 남조에서 유행한 언어의 사용이다. 발원 대상을 언급할 때 쓰인 ‘봉위’는 1800건에 이르는 북조 조상 명문과 조상기 가운데 겨우 서너 건만 발견된다. 반면 30건 정도 현존하는 남조 조상 명문에서는 6건의 사례를 찾을 수 있다. 게다가 문헌기록으로 전하는 남조의 發願文과 懺悔文 등에서도 널리 사용되어 ‘봉위’가 남조에서 유행하던 자구임을 알 수 있다. 한편 상을 만든 공덕으로 인한 발원을 하면서 ‘乘’을 사용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북조에서는 거의 출현하지 않는 데 비해 남조에서는 조상의 명문과 발원문 등에 나타나고 있다. 결론적으로, 갑인명 금동 광배는 조형적 특징 이외에 명문에서도 중국 남조의 영향이 농후하게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필자 초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