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목간에 나타난 서체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목간에 쓰인 서체는 무엇이 있고 그 의미는 무엇인지 정리하였다. 서예에서 서체는 크게 전․예․해․행․초 五體로 구분하지만 사실 수많은 서체가 있다. 백제 목간에 쓰인 서체는 이중에서 주로 楷書, 行書, 草書, 簡帛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세 서체는 서로 혼용되는 경우가 많아 다시 1)楷書 2)楷行書 3)行書 4)行草 5)章草 6)近草 7)狂草로 8)簡帛으로 구분할 수 있지만 그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 혼란을 피하기 위해 4가지로 설명하겠다.
먼저 해서는 많은 목간에서 부분적으로 보이며 해서만으로 쓰인 목간은 확인하기 어렵다. 305번 「宿世結業」목간의 일부, 307번 「德干尓」목간이나 311번 「百」목간 등에서 볼 수 있다. 남조 해서, 북위해서, 수당해서풍을 확인할 수 있다. 초서도 부분적으로 썼는데 구사한 수준이 상당히 높다. 301번 「人行之也」목간, 동1 「宅敬禾甲」목간, 나주복암리 출토의 복1 「三月中監」목간 등에서 섞여서 사용하였으며 초서로 만 쓴 것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간백서는 계양산성목간, 301번 「人行之也」목간,「西部後巷」목간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횡획의 기필과 파책에서 잘 드러난다. 행서는 가장 많이 사용하였다. 대부분의 목간에서 행서를 많이 사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일부 글씨는 단순히 서사용 글씨에 그쳐 예술성이 떨어지지만 일부는 상당이 높은 수준에 도달하였음을 볼 수 있다. 285번 「中方向」목간, 301번 「人行之也」목간, 310번 「立卄方(兩)綿斑」목간, 능1 「二裹民雔行」등 일부 목간의 행서 수준은 동시기 남조나 수당의 행서와 견줄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본다. 백제 목간이 행서를 주로 사용한 것은 대개 물품에 관한 내용이 주류를 이루어 실용적인 목적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서를 필사하거나 305번 「宿世結業」목간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종교적인 기원이나 목적일 경우 상당히 정갈해짐을 볼 수 있다. 백제의 목간은 주로 부여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는데 능산리 목간 글씨에 보이는 중봉으로 운필하여 필획이 탄력이 있는 점과 유연한 運筆로 흐름이 자연스러운 점은 웅진시기 ‘甲乙’墨書와도 상통한다. 이 점은 백제 서예가 내재적으로 계승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 주는 것이다. 또한 梁의 蕭子雲 글씨를 구한 백제 사신의 일화 등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남북조와 수당의 서예를 적극 수용한 백제 서예 수준은 국제 조류에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 행서와 초서는 문화가 성할 때 함께 발달하였다. 귀족 문화가 발달한 사비시기에 수준 높은 목간이 나온 것은 이러한 배경 때문인 것이다. 앞으로 더 좋은 목간이 출토되기를 기대해 본다. (필자 맺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