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백제 악기는 고․각․공후․쟁 등 4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반도백제가 망한 후 50년 뒤에 당나라에 남아있던 백제악기가 4종이었다는 사료에 근거하여 중고교에서도 그렇게 가르친다. 대학의 교양과목 수준에 이르러서야 여기에 도피필률․우․지가 추가된다. 모두 7종으로 늘어나게 된 것이다. 이것은 한반도 백제가 사라지고 500년이 흐른 뒤에 쓴 『삼국사기』 기록에만 의존한 것이다. 20세기 후반에 들어 횡적, 막목, 군후, 다리지고 등 일본문헌에 있는 악기가 학자들 사이에서 백제악기로 논의 되고 있다. 이를 합한다면 11종이 된다. 20세기 후반에서 21세기에 발굴한 유물의 도상으로 확인된 악기들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본 논문은 27종의 백제음악 관련 사료를 총괄하여 번역 게재하였고 계유명전씨아미타불삼존석상, 백제금동대향로, 월평동 출토 현악기, 신창동 출토 백제 현악기, 소원사지 팔부중상 등을 근거로 12종의 백제 악기를 찾아 백제악기가 최소한 23종이 있었음을 밝혔다. 여기에 추가된 악기는 배소․장소․생․소․백제생황․곡경비파․백제삼현․수공후․와공후․금․백제금․요고 등이다. 본 연구는 또 『통전』 185권의 “백제 악기는 내지(당나라 수도)와 같은 것이 많다”는 기록을 근거로, 엽, 가, 슬, 삼현금, 비파, 오현, 축, 격금, 방향, 종, 순어, 징, 탁, 령, 발, 박판, 경, 절고, 갈고 등의 19종이 더 추가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백제기악은 민속악 성격을 가진 악가무형태의 종합 공연물이었지만 독자적인 음악에도 사용하였던 음악양식으로 보았다. 내용도 다양하였으며 한반도는 물론 중원과 오늘날의 일본에 이르는 백제의 모든 강역에서 연주되었고 이것은 일본에 회중보, 인지요록, 기악곡 등의 악보집에서 그 실체를 추적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하였다. 수․당나라에서는 승전국의 전리품처럼 점령국의 음악을 모아 연악으로 사용한 바, 여기에 백제악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편 일본 땅에는 이보다도 100년이 훨씬 넘은 9세기 중엽까지 백제악이 있었고 또 백제왕이 존재하여 이를 연주하였다는 기록을 확인하였다.
“백제 기악은 맑아서 당나라 사람들이 즐겨 불렀다”는 『태평어람』의 기록은 지금까지 음악계에서 주목받지 못하던 내용이었다. 하지만 본 연구는 소리가 맑다는 것을 노래의 청의 가성이 많이 사용하는 음악이었다는 것으로 해석하였고, 같은 맥락에서 백제가요는 오늘날 정가의 가곡과 관계가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필자 맺는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