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머리말
2. 근초고왕대 전후 城, 村의 등장
3. 5方制下의 城과 村
1) 城과 村의 존재양태
2) 村落支配의 양상
4. 맺음말 - 백제 地方統治의 특징과 관련하여-
요약
성, 촌을 중심으로 백제의 지방통치체제에 대한 고찰을 하였다. 성, 촌에 대한 검토를 통해 본 백제 지방통치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5방제라는 백제의 완비된 지방통치체제에서 ‘郡’ 아래의 통치단위가 ‘城’이라는 명칭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城’이라는 통치단위의 등장은 산성의 본격적인 축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현재까지 조사된 백제시대 성곽의 분포에서 볼 때도 ‘성’이라는 통치단위는 관내에 방어시설물로서의 산성을 두고 있다. 따라서 군사․행정의 기본단위인 ‘성’은 민정적인 측면보다는 군정적 성격이 강조된 통치단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성’ 단위 하부의 ‘촌’에 지방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신라에서는 백제와 같이 현재의 ‘면’ 정도에 해당하는 ‘성’ 단위가 ‘군’ 아래에 별도로 설정된 것이 아니라 ‘성’과 ‘촌’이 동등한 차원의 통치단위이기는 하지만, ‘촌’에도 중앙 파견의 지방관이 존재하고, 재지세력을 대상으로 한 촌주제가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백제에서는 ‘촌’에 중앙 파견의 지방관이 존재하지 않으며, 비록 사료상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국가의 외위체계에 편제된 신라의 촌주와는 달리 재지 유력자층이 국가권력에 의해 통제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상당히 컸다고 할 수 있다. 이것도 백제의 지방통치체제가 군정적인 측면에 중심이 두어진 데서 연유한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백제와 신라의 지방통치방식의 이러한 차이는 더 나아가 국가경영방식의 차이로까지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5방제의 가장 상위의 통치단위인 5방이 군관구적인 성격이 강한 통치단위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영역 내의 방위를 고려한 위에서 왕도를 중심으로 전국을 지역구분한 5방의 중심지인 5방성이 지역적으로 편재해 있다는 점에서 5방은 전국을 일정한 면적에 따라 분할한, 중앙과 군을 잇는 행정단위가 아니라 수도권 보위를 1차적인 목적으로 하여 설정된 단위라고 할 수 있다. 군관구적 성격이 강한 방으로 전국이 편제되었다는 것은 백제의 지방통치체제라는 것이 군사적인 측면에 중점을 두고 정비되었음을 말해준다.
따라서 백제가 한 대 이래 중국의 군현제를 받아들였지만 중국의 군현제를 그대로 이식했던 것이 아니라 백제의 여건에 맞게 변용시켰음을 알 수 있다. 주가 아니라 방이라는 군관구적 성격의 단위를 설정하고, 군 아래에 현이 아니라 성이라는 통치단위를 둠으로써 5방제라는 군사적 성격이 강한 백제 나름의 지방통치체제를 성립시켰던 것이다. (필자 맺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