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시조전승의 형성과 변천에 대하여 고찰하였다.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내 사서에 전하는 백제 시조전승 자료는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삼국사기』 편찬 단계에서는 온조전승과 비류전승이 두 계통으로 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양 전승 중에서는 비류전승이 초기의 모습을 더 간직하고 있는데, 이는 성립시기의 차이라기보다는 온조전승이 백제사의 전개과정에서 시조전승의 주류로 받아들여진 결과였다. 동명-온조의 계보를 표방한 온조전승과 해부루-구태-비류 계보를 표방한 비료전승은 본래는 하나의 건국신화를 구성한 요소들이었다. 그 원형은 건국신화로서 부여계 동명신화의 재생성 형태였다. 일본측 사서에 전하는 도모전승에서 그 일단을 엿볼 수 있다. 이 전승에서 동명은 시조신=건국자의 성격이 두드러진 존재였다.
둘째, <본기>의 온조전승과 중국 북조계 사서에 나타나는 구태전승은 동일계통의 시조전승이었다. 이러한 온조전승과 구태전승은 5세기 이후에 백제의 부여계승의식을 반영하여 성립한 것으로서 그것은 초기의 동명신화가 분해되어 부여의 시조인 동명과 백제의 건국시조인 온조(구태)로 나누어진 결과였다. 이때 비류전승도 독립하여 별도로 전승되었다. 이에따라 온조전승(구태전승) 및 비류전승에서 신화적 요소가 탈색되고 보다 현실적인 건국자로서의 면모가 강조되게 되었다.
셋째, 현전하는 <본기>의 온조전승 및 비류전승에 나타나는 고구려 시조 주몽의 존재는 본래는 동명이었다. 그것이 백제멸망 이후에 동명과 주몽을 동일인으로 인식한 후대인에 의하여, 고구려의 주몽신화와 관련되어 다시 한번 변개되는 과정을 거쳐 현전하는 전승의 형태로 남게 되었던 것이다.
이와같이 백제의 시조전승 중 온조전승과 비류전승은 3단계의 변천 과정을 통해 『삼국사기』 등에 실리게 된 것이다. 따라서 시조전승 자료를 통해 초기 백제사에 접근할 때에는 그 사료 성격에 보다 세심한 배려가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시조전승은 왕계 문제와 관련되어 보다 깊이 고찰될 필요가 있다. 이미 온조계와 비류계의 2원적 구성으로 백제 초기 왕계를 분석하는 연구들이 축적되어 있으나, 대부분 시조전승의 형성 문제를 그리 고려하지 않았다. 시조전승과 왕계가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음을 고려할 때, 현재 전하는 백제 왕계의 형성과정에 대해서도 주목하여야 할 것이다. (필자 맺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