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1. 대수·당외교와 신라와의 전쟁
1) 대수외교와 신라에 대한 탐색전
2) 대당외교와 신라에 대한 공격 강화
2. 고구려·왜로의 접근 배경
1) 대당외교의 중단과 외교노선 변화
2) 고구려·왜로의 접근
맺음말
요약
7세기 전반 백제의 대외정책에 대하여 검토하였다. 7세기 동아시아 국제정세는 ‘남북세력과 동서세력의 충돌’ 등으로 일반적으로 이야기되어 왔다. 7세기 중반을 이러한 틀로 설명하는 데에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7세기 전반을 이러한 틀로 설명하기에는 그간의 연구에서 제시한 근거가 부족했던 듯하다. 오히려 이 시기는 수의 대륙 통일 이후 그러한 국제질서가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백제의 대수외교 목적은 고구려를 견제하고 신라와의 전쟁에 집중하는 것이었고, 무왕대 중반기(618~630) 대당외교의 목적은 신라와의 전쟁에 대한 협조를 얻는 것이었으며, 무왕대 후반기 및 의자왕대 초반(631~645) 대당외교의 목적은 권력 집중의 완수에 도움을 얻는 것이었다. 그러나 630년 이후 당과 고구려의 전쟁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나타나면서 백제는 양국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였다. 그 과정에서 일시적이나마 양면외교를 시도할 수 밖에 없었고, 연개소문 정권의 등장 이후 서로 이해가 합치된 고구려의 비중이 점차 부각되었다. 7세기 초반에 왜와는 일시적으로 관계가 소원해 졌으나, 서명천황의 쿠데타 이후 고구려의 경우와 비슷한 상황이 되었으므로 점차 밀접하게 되었다.
특히 645년 당과 고구려의 전쟁을 계기로 잠재되어 있던 고구려와 백제의 전략적 제휴가 가시화되고, 왜도 그 대열에 합류함에 따라서 남북세력이 형성되었다. 이에 고립된 신라는 적극적으로 대당외교에 치중한 끝에 나당연합을 결성할 수 있었다. 그 배경은 모두 지금까지 서술한 7세기 전반의 역사적 전개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간 전혀 다른 것처럼 인식되었던 무왕대 후반기와 의자왕대 초반의 대외정책이 현상적으로 다르지만 동일한 배경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도 지적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 맺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