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는 국가로 성립하고 나서 그 남방의 지역정치조직들에 대하여 단계적이고 점진적으로 제휴와 포섭, 복속 관계를 맺으며 그들을 지방통치 단위로 편제해 나갔다. 백제의 주변 지역정치조직에 대한 포괄적인 지배 또는 통제 전략은 우선 ‘교섭체계 재편성 전략(A)'를 통하여 원거리의 지역정치조직을 우호적인 관계로 묶어두며 더 원거리의 배타적인 지역정치조직에 대응하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복속전략(B)'을 실행해 나가며 최 인근의 지역정치조직을 직접지배체제로 편입함과 아울러 그에 이웃하는 여러 지역정치조직은 간접지배체제 하에 재편하는 것이었다. 국가성립 전후에는 A전략을 B전략보다 상대적으로 더 우위에 두었던 반면, ‘사회적 재조직화’와 ‘정치적 중앙집권화’를 빠르게 고양시킨 4세기중기 이후부터는 차츰 후자(B)에 더 치중하였는데, 이렇듯 두 전략을 병행한 것은 사회-경제적 비용과 불가피한 사회 외부의 압력이라는 요인 때문이었다. 지역정치조직에 대한 실제적인 통제 과정에서는 정치, 군사, 지리, 경제 등 여러 역학관계에 따라 다양한 실제적 조치를 강구하였는데, 고고학적으로 추론되는 실제적 조치는 경제적 교역 파트너쉽의 선별적 강화, 위세품이나 고가 사치품의 사여, 석곽묘나 석실분의 축조의 용인 또는 선별적 통제, 한성지역 물류 생산 체계 및 기승 전투체계의 이식 등이다. 정치적 ‘복속’을 통하여 영역(지방)에 편입된 지역에 대해선 지역의 수장층을 매개로 하여 간접지배를 실시하다가 차츰 그 지배력의 강도를 높여 나갔지만, 전북 일원까지 영역에 편입하였던 한성시대 말까지도 직접지배체제를 백제 영역 전반에 걸쳐 구현하는 데까지는 이루지 못하였다. (필자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