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머리말
II. 백제와 왜국의 동맹 형성과 관리
1. 백제와 왜국의 동맹 형성
2. 백제의 왜국에 대한 동맹 관리
1) 동맹 관리의 배경
2) 동맹 관리의 방식
III. 백제와 신라의 동맹 형성과 왜국
IV. 백제의 이른바 반고구려군사동맹 구상과 왜국
V. 맺음말
요약
본 연구는 5세기의 한반도 제국 내부의 관계는 물론이고 왜국과의 관계마저 규제한 것으로 간주되는 동맹을 소재로 삼고 왜국이 도독백제군사호를 요청한 이유와 그러한 요청에 대해 백제가 어떻게 대응했는가 하는 문제를 중심으로 검토하였다.
우선, 백제와 왜국의 동맹은 ‘방어동맹’의 성격을 지닌 것이었다. 이 경우, 적대국과 경계를 접하고 있던 백제와 그렇지 않은 왜국의 입장 차이는 백제로 하여금 왜국의 대송 교섭을 주선하거나, 왕족의 파견이라는 방식을 통해 지속적으로 양국의 동맹을 관리하게 만들었다.
한편, 백제는 433년부터 신라와의 교섭을 추진했고 그 관계를 심화시켜 동맹관계를 형성하기에 이르지만, 기존의 동맹국인 왜국과 신라와의 관계를 개선하거나, ‘백제-신라-왜국’으로 동맹의 외연을 확장한 것은 아니었다.
바로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는 시기를 즈음해 왜왕이 대송 교섭의 장에서 도독백제군사호의 승인을 요청하기 시작했다. 왜왕의 이러한 행위는 중국의 주변 제국에서 파워심볼로 작용한 이른바 봉작관계를 매개로 하여 고구려에 대항하는 존재로 자신의 위상을 재정립하고자 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것은 왜왕이 외적으로는 자국과 논의 없이 신라와의 관계를 개선한 백제의 행동을 경계하고, 내적으로는 왜인 사회 내부에서 고구려에 대항하는 주체로서의 위상을 제고하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고 여겨진다.
그런데, 백제는 왜왕의 계속된 도독백제군사호 요청 등으로 인해 권위에 손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공론화하지 않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왜와의 동맹을 관리하는 일도 중단하지 않았다. 그러나, 신라와의 동맹을 통해 고구려를 방어하기 시작하는 개로왕대가 되면, 고구려와 경계를 접하고 있던 물길과 북위 등을 포함한 ‘반고구려군사동맹’을 구축하고자 했는데, 이 동맹에는 왜국이 제외되어 있다. 이러한 백제의 움직임은, 왜국이 주장하는 백제를 비롯한 한반도 제국을 군사적으로 지배하며 고구려에 대항하는 존재로서 자국을 자리매김하려는 왜왕들의 움직임을 봉쇄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응이었다고 이해된다.
따라서 백제와 왜국이 5세기 초부터 중반에 이르기까지 우호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었음에는 틀림이 없지만, 외교 전략 면에서의 긴장 관계가 표면화되면서 동맹 관계의 내실에 변화가 초래된 것이라 여겨진다. (필자 맺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