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머리말
Ⅱ. 천도의 대외적 요인
Ⅲ. 천도의 사상적 요인
Ⅳ. 불국토 사상과 천도
Ⅴ. 천도의 주도세력
Ⅵ. 맺음말 : 성왕대 전제왕권설에 대한 비판
요약
이 글에서는 불교와 관련하여 백제의 사비천도를 재검토해보았다. 사비천도를 불교와 연결시켜 이해할 때 관련되는 측면은 불국토사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백제는 국왕의 국토인 동시에, 부처의 국토가 되는 것이고, 이것은 특히 석가불신앙으로 나타났다. 성왕대의 석가불 신앙은 모두 사비천도 뒤에 나타나는데 이는 성왕이 사비천도를 통해서 석가불 신앙을 강조하고, 불국토사상을 퍼뜨리려고 하였음을 알려준다. 이와 같이 사비천도와 함께 전륜성왕에서 석가불 신앙으로 전환되는 양상은 성왕이 사비천도를 통해서 석가불 신앙을 수용하면서 왕권강화를 도모하는 한편, 이와 관련된 불국토 사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이해 할 수 있게 해준다. 백제의 불국토사상은 사비 도성 뿐 아니라 이외의 지역까지 포함하였다. 이는 사방불의 조성이나, 3산 5악의 성립으로 나타났다. 성왕에 의하여 시작된 불국토 사상은 법왕대에 이르러 일단락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결국 성왕이 추구하였던 백제의 국토재편계획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성왕대 천도를 주도한 세력에 대해서는 약간의 논란이 있다. 먼저 성왕계 골족집단이다. 골족 의식은 무령왕대에 이르러 비로소 성립된 것으로 파악되는데, 사비천도를 계기로 한층 더 강화되었다. 무령왕의 장자가 아닐 가능성이 있는 성왕은 자신을 중심으로 하는 가계의식의 형성에 관심을 가졌을 것이고, 이들의 결속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른바 성왕계의 형성이라고 할 수 있다. 성왕계는 불교식 왕명 사용 혹은 석가불 신앙을 통해 그들 스스로가 다른 왕계보다 더욱 우월하다는 관념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성왕계는 이러한 골족 의식의 확립을 위해서 사비천도를 단행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천도를 주도한 다른 세력은 귀족세력이다. 성왕계의 사비천도를 뒷받침한 귀족세력의 범위는 검토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세력으로는 사씨세력을 상정할 수 있다. 목씨세력의 경우는 사비시대 성왕대를 제외하고 별다른 활동이 없다는 점에서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연씨세력은 천도를 주도한 세력 안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국씨의 경우는 성왕대 새롭게 성장하기 시작한 세력이므로 너무 강조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성왕은 사비천도를 통해서 왕권을 더욱 강화시켰다. 그러나 이를 전제왕권으로 말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한다. 성왕대는 전제정치를 향해가는 계기를 천도를 통해서 마련한 시기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사비시대 백제의 전제정치에 대한 논의는 무왕대 이후, 특히 의자왕대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연구원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