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통치체제에서 지방관은 중앙과 지방을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로서 중요성이 높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분석이 없어 이러한 분석은 지방통치체제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방법론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멸망기를 중심으로 백제 5方體制의 정점에 있는 方領의 사례 분석을 실시한 후 그들의 출자와 성격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방령으로 계백, 복신, 여자진, 윤충, 예식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들 중 출자를 알 수 있는 인물 모두가 王族 혹은 宗族이라는 특성을 확인하였다. 이렇게 왕족 혹은 종족을 이용한 5방체제의 특징은 前代의 지방통치체제인 왕·후제 담로제와 연결되고 있어 그 기원이 오래되었다. 이는 직접지배가 초현되는 단계에서 왕족과 혈연적인 관계에 있는 인물들을 지방관으로 활용하였던 것이다. 다만 5방체제에서는 王姓에서 분지된 종족들이 파견되고 있어 혈연적 요소가 퇴색해 가고 있지만, 여전히 혈연적 관계가 중요한 요소로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은 동일하다. 즉, 5방체제 단계에서도 왕족 및 종족을 활용한 방식이 유존되고 있었다. 결국 이렇게 혈연적 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지방관 운용 방식은 백제 지방통치체제의 하나의 특징으로 지적할 수 있다. 나아가 백제 말기에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는 王姓의 分枝化 현상도 백제의 지방통치체제에서 기인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즉, 왕족들이 지방관으로 파견되면서 그 지역에 정착하고, 대대로 지방관을 역임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러한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파악된다. 직계의 왕실에서 방계화된 집단들이 각각 지방관으로 파견되었으며, 이것이 고착화되면서 王姓에서 분지되어 새로운 異姓을 사용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시점은 왕·후제 단계부터 이지만, 5방체제에서도 왕성의 분지화 현상은 여전히 나타나고 있었다. (필자 초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