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시대 중앙정부조직의 구조를 세부분으로 나누어 파악하였고 그 중 지금까지 관심을 갖지 않고 있던 왕의 정치적 기능과 활동에 대해 알아보았다. 당시 왕은 국정을 이끄는 중심적 존재로 중앙정부조직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이런 사실은 백제 뿐 아니라 고구려, 신라 경우도 마찬가지다.
신라에는 상대등을 의장으로 하고 대등을 구성원으로 한 화백회의가 있었고 고구려에는 5품 이상의 귀족회의기구가 있었던 사실로 미루어 백제에도 귀족회의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들 귀족회의는 국가통치를 위한 정책을 논의하기도 하고 왕에 대한 자문도 하였다고 헤아려진다. 한편 사비시대 백제중앙정부 조직으로는 내관 12부, 외관 10부로 구성된 22부가 설치 및 운용되었다.
이같은 중앙정부조직을 구성한 22부는 국가통치업무를 분담, 처리하기 위한 조직이다. 그리고 그러한 관부에는 정치적 임무를 수행하도록 설치된 관직이 있었다. 또한 관직을 갖고 국가통치업무를 수행하는데 대한 대우를 하여주기 위해 관등도 설치되었다. 그중 관부는 웅천 이후 새로운 정치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점차 22부로 늘어나게 되었다. 이러한 관부들은 그 장의 신분이 어떤가에 따라 격을 달리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22부 중에는 장이 어떻게 불렸는지 알 수 없으나 그 밑에는 다시 몇단계의 관직이 설치되었다고 여겨진다. 고이왕대부터 설치된 관등은 사비시대 이전 또는 그 이전 언젠가에 16관등으로 자리잡았던 것이 분명하다. 관등은 신분제도와도 밀접한 관계에 있었다. 따라서 백제에도 신분에 따라 올라갈 수 있는 관등이 정하여져 있었다고 보아 틀림이 없다. 대체로 자주빛 옷을 입었던 6품 나솔 이상 올라갈 수 있던 사람들은 최고 귀족신분이 되고 붉은색 입은 11품 이상 사람은 2급의귀족신분층에 해당하고 나머지 청색을 입은 사람들은 3급 귀족으로 여겨진다. 왕은 별도 규정에 따른 의복으로 초월적인 신분적 지위를 누렸다. (필자 맺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