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사기 신라본기 신문왕 6년조에 문관사림 기록이 있으나 그 자체가 사서가 아니어서 사학계에서는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었다. 그런데 근자에 경북대 한문학과 황희주 교수의 배려로 영인본 문관사림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바 그 속에 한국고대사와 관계있는 3점의 외교문서가 게재됨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이 3점을 앞으로 널리 활용하기 바라는 의미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문관사림 664권에는 ‘고구려왕조’, ‘백제왕조’, ‘신라왕조’ 순서로 게재되어 있으나 ‘백제왕조’와 ‘신라왕조’는 이미 소개되어 사료로서 이용된 적이 있으므로 그를 먼저 검토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신라왕조’는 당 태종이 고구려 친정을 위하여 낙양에서 유주를 향하여 출발하기 직전인 645년 2월 상순 작성되었으며 선덕왕에게 군사를 파견하여 측면에서 지원해 주도록 요청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조서의 내용만으로는 이후 전개된 당과 삼국 간의 외교관계를 제대로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으나 이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작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백제왕조’와 대비할 때 비로소 이 조서가 가지는 의미는 보다 선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생각된다.
‘백제왕조’는 ‘신라왕조’에 바로 앞서 게재되어 있으며 이미 소개된 바 있고 노태돈 교수, 김수태 교수, 鈴木靖民 교수의 논문에도 인용되었다. 이 조서는 당의 고구려 원정문제를 둘러싸고 전개된 외교관계를 잘 반영하고 있다. 645년 당의 고구려 원정 이후 당과 삼국의 외교관계를 결정지은 계기가 되며 그 점이 ‘백제왕조’는 ‘신라왕조’에 잘 반영되었다고 하겠다. 작성시기는 당과 신라를 내왕하는 사신이 무사히 당도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는 내용에서 ‘신라왕조’가 작성된 시점과 동시이거나 그보다 약간 늦은 시점이 아닌가 싶다.
북위 효문제가 고구려왕 문자왕에게 보내는 조서는 어떤 사료집에도 소개된 적 없으며 이를 통해 문자왕 즉위 후 전개된 북위와 고구려 사이의 외교문제를 알 수 있다. 조서의 내용을 미루어 보면 사서 편찬 시 중국사 입장에서 적지않게 윤색되었을 것으로 판단되며 중화의식에 의해 입각하여 조작 및 축소돈 부분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원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