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1. 집단정체성의 표징 요소
2. 백제유민집단에 대한 고대 일본사회의 조건
1) 면세(免稅)조치와 부역령(賦役令)
2) 집거(集居)조치와 호령(戶令)
3) 능력의 호환성
4) 기타 고대 일본사회의 조건
3. 백제유민집단의 고대일본사회에 대한 대응태도
맺음말
요약
정체성의 타자규정적 측면이라 할 백제유민에 대한 당시 일본사회의 제반 조건과 환경 가운데 확인할 수 있는 다음의 몇 가지 측면을 살펴 보았다. 고대 일본 국가는 국가멸망으로 인해 도일한 백제유민들에게 종신토록 과역을 면제해 주었고, 난파·근강 등의 중심지역과 동국 변경지역에 안치하고 호적에 올렸다. 그들이 백제유민이라는 사실에 구애받지 않고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었으며 백제유민에게 관위를 주고, 사성함으로써 백제유민들을 당시 일본의 국가체제내로 편입했다. 백제유민들을 집단적으로 거주하게 하고, 그 지역에는 종교적 구심점이 될 사찰도 마련되었다. 집거와 종교적 구심점은 본래 정체성을 유지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으나, 당시 일본지역의 백제유민의 경우 정착사회에의 적응력에 대항할 만큼의 저항력을 가지지는 못한 듯하다.
백제유민이 집단적으로 이주했던 시기는 국제적으로, 동아시아 모든 국가들이 전쟁에 참전하여 국제전을 치르고 있었고, 그 때문에 당시의 일본 사회는 전쟁의 여파에 대한 위협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었다. 또 일본 국내적으로는 강력한 천황권의 확립을 기반으로 한 율령국가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고, 천지조에는 후계구도에 대한 정치세력의 분열로 지지세력의 확보가 보다 긴급하게 요구되는 때였다. 한편 타자인 백제유민에 대한 고대 일본사회의 입장에 크게 영향을 미칠 자아로서의 ‘일본인’, ‘일본인 의식’은 확고하게 형성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고대 일본사회의 백제유민에 대한 태도나 당시 일본사회의 조건, 그리고 백제유민집단의 고대 일본사회에 대한 대응태도와 관련한 내용을 분석한 결과 백제유민집단, 특히 지배계층의 경우는 당시 일본 국가체제 내에 편입되어 활동하며 새로운 사회에 쉽게 적응해 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새로운 사회의 적응과 동화는 곧 새로운 사회 집단의 정체성의 획득 과정이며, 반대로 본래의 백제인 집단정체성의 소실 과정이었을 것이다. 그 과정은 일본 고대 사회에서의 율령국가 건설과정과 그 궤를 같이한 것으로 보인다. (필자 맺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