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에 건립된 석탑은 구현된 양식에 따라 高句麗系石塔ㆍ百濟系石塔ㆍ新羅系石塔ㆍ高麗式石塔ㆍ特珠樣式의 5가지 유형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중 백제계석탑은 백제의 영토였던 충청도와 전라도 지역에 건립된 一群의 석탑으로 미륵사지석탑과 정림사지5층석탑을 양식적 근본으로 삼아 건립되고 있다. 이들 석탑에 대해서는 그간 여러 선학들에 의한 연구가 진행되어 석탑의 양식과 건립원인에 대해서 어느 정도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필자는 그간의 연구 성과를 정리하면서 922년에 있었던 彌勒寺開塔의 기록에 주목했고, 이 佛事는 당시 정권을 잡고 있던 견훤이 깊숙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 이유로는 사찰의 창건과 동시에 진행되었던 무왕대의 발전을 상기시켜 후백제인들의 의식을 한 곳으로 집결시키고자 했던 견훤의 정치적 의도가 내재된 것으로 추정했다. 나아가 백제계석탑은 견훤에 의해 주창된 백제부흥의 의지가 문화적으로 표출된 현상으로, 이를 통해 정치와 민심이 하나 되는 구심체를 형성했고, 후백제라는 국가가 약 40년간 존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후 현종대에 이르러 지방제도가 확립됨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건립되어 백제 부흥에 대한 그들의 의지가 단절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는 역사의 소산으로 보았다. (필자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