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에서는 한반도에서 도자문화가 언제, 어느 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는지 규명하기 위하여 최초로 중국도자가 수입된 백제 한성시대부터 웅진․사비시대에 이르기까지 중국으로부터의 수입도자와 그 방제에 관하여 유적 출토품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그 결과 백제 사비시대에 ‘백제연유’의 탄생으로 한반도 토기문화가 도기문화로 발전하였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한성, 웅진, 사비시대에 끊임없이 수입된 중국 도자기가 사비시대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방제됨에 따라 백제연유의 탄생에 이른 것이다.
이처럼 중국 도자의 수입과 방제는 백제의 적극적인 대중국 교섭의 결과 이루어진 것이다. 중국 남북조의 영향을 반영한 사비시대 ‘백제연유’의 대표적인 예는 부여 정림사지 출토 녹유소조불상, 부여 능산리출토 녹유기대, 전북 익산 미륵사지출토 연유연판문와당 등이다. 백제연유를 모태로하여 이후 많은 연유제품이 제작되며 후에 한국 자기의 출현에 배경이 된 것이다.
이상 살펴 본 바와 같이 사비시대 도기문화가 형성되기까지는 삼국시대 백제지역에서 출토된 많은 양의 중국도자기, 즉 수입도자기의 영향이 컸다고 본다. 이것은 백제가 서해안을 끼고 항로가 발달하여 다른 지역보다 일찍 개방화되어 대중국 문물교류가 빈번하였으므로 도자기와 같은 중국의 선진문물을 보다 빨리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중국 도자의 수입은 자연적인 지형조건과 개방적인 외교정책을 기인한 점도 있으나, 대외적으로는 중국과의 친밀도를 높여 백제가 한 국가로서 그 위상을 높이고 대내적으로는 왕의 권위를 공고히 하기 위한 정치적인 목적이 깔려 있었다고 본다.
이 논문은 한반도에 수입된 중국 도자기의 방제를 통해, 백제 사비시대에 한반도 최초의 도기문화전통이 확립되었음을 규명하였다. 그 전통이 다음 시대인 통일신라에 어떻게 변화하는지 이 또한 연구 대상이다. 이러한 연구는 한국 도자문화의 계통을 세우는 동시에 한국 자기 발생문제를 규명하고 한중 문물교섭사를 이해하는데 단초가 될 것이다. (필자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