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능산리사지(陵山里寺址)와 금동향로
2. 향로의 외형과 구조
3. 향로의 조형적(造型的) 특징
4. 향로 조성의 사상적 배경
요약
부여의 능산리사지에서 발견된 백제금동향로는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향로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의 것이며, 전체 높이 64cm, 최대지름 19cm의 크기로서 유례가 없는 대작이다. 이 향로는 전체적인 구성으로 볼 때 크게 뚜껑과 몸체 2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는 뚜껑장식인 꼭지, 뚜껑, 몸통, 받침의 4부분으로 나누어지며, 각각 따로 주조하여 결합하였다.
백제향로의 조형성이나 회화적인 구도는 외형상 박산향로의 형식과 유사하며, 박산향로 가운데서도 매우 화려하고 사실적인 표현을 남긴 전한대의 전형적인 형식과 가장 유사하다. 그러나 중심 부분인 몸체는 5~6세기 남북조시대의 새로운 형식인 연화형의 모습과 연화문의 장식을 취하고, 또한 꼭지와 받침 부분에서 봉황과 용의 비중을 두드러지게 표현함으로써 한 대의 전형적인 향로와는 확연히 구분되며, 박산향로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여러 가지 장식이나 신선세계의 내용이 사라지고 산봉우리만 남는 단순한 형태로 변모된 남북조시대의 연화형 박산향로와도 다른 모습이다. 다시 말하면 불교적 요소가 없는 한 대의 향로와도, 그리고 신선세계의 성격이 퇴색된 남북조시대 이후의 향로와도 구분되는 백제향로의 조형상에서의 독특한 역사적 위치와 성격이 부여될 수 있다고 본다.
백제금동향로에서 표현하고자 한 주제는 불교의 연화장세계와 도교의 신선세계라고 할 수 있다. 그 가운데 보다 기본적인 주제는 연화장세계이다. 다시 말하면 향로 전체적인 구성의 골격은 연꽃이 몸통을 이루고 있는 것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연화장세계를 조형적 배경으로 한 것이고, 그 연화장세계의 구체적인 내용, 즉 이상적 세계의 모습은 도교의 신선세계를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백제인들의 정신 속에서 불교의 이상세계와 도교의 이상세계가 하나로 일체화된 모습을 볼 수 있는바, 백제향로는 실로 인도의 불교와 중국의 도교라고 하는 동양인의 정신세계를 형성한 장엄한 두 수레바퀴가 하나의 독특한 교향곡으로 조화되어 이루어진 백제 공예미술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원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