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사비기 부소산사지의 축조기법과 가람배치에 대해 검토하였다. 이 사지는 발굴조사 결과 강당지가 없는 특이한 기원사찰로 알려져 왔다. 아울러 산 중복을 삭토(정지)․판축하여 사원을 조성하였기 때문에 일반적인 평지가람과는 축조기법상 여러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특히 축대 사이의 계단을 이용한 출입시설은 백제나 고구려, 신라 등의 평지가람에서는 살필 수 없는 특이한 유구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사례를 보이는 출입시설이 고려후기 영주 부석사에서 찾아지고 있어 흥미를 준다. 이 사원이 산지가람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소산사지에서 보이는 출입시설 역시 평지가람보다는 산지가람의 형식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층단식의 건물 배치, 철자형의 축대시설 또한 백제의 여느 평지가람에서는 살필 수 없는 특이한 축조기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건축기술은 7세기 들어 백제사회에 새롭게 등장한 신공법으로 파악된다.
한편, 필자는 동·서회랑의 잔존 상태, 금당지 후면의 계단지 및 정지된 평탄면, 그리고 그 동안 부여·익산지역에서 발굴조사된 백제 사지의 가람배치 등을 고려하여 부소산사원에 강당이 존재하였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특히 조사공의 입장에서 창사를 위한 산중복의 정지(삭토절토 등) 판축하기 위한 기간과 노동력이 구비되었다면 가람배치상 미리 계획하에 있었던 강당의 존재를 굳이 배제할 이유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만약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하더라도 회랑의 존재보다는 오히려 강당의 존재가 우선시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부소산사지는 부소산에 위치한 왕실 관련 사찰로 벽화편을 비롯해 동단식와, 치미, 와당, 소조불두 등 다양한 유물과 유구가 확인되었다. 그러나 서회랑 및 동회랑의 유구 상태, 그리고 금당지 후면에 대한 전면적인 발굴조사가 실시되지 않아 더 이상의 검토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향후 완전한 발굴조사를 통해 사지에 대한 나머지 전모를 밝힐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필자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