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사찰에 대한 조영계획을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 분석대상 사찰을 사비도성 내외부와 부여 외 지역으로 나누어 유물의 제작척 분석을 통해 사찰의 영조척을 검토하였고, 사찰이 위치하는 입지와 그에 따른 규모, 건물간 거리에 따른 배치 계획의 검토를 시도하였다.
먼저 기존 연구에서 나타난 영조척을 대상으로 유물제작척에 적용할 영조척을 추출하였다. 이에 따라 남조척, 당척, 고구려척을 기본으로, 한척과 후한척을 별도로 적용하였다. 유물제작척의 분석을 통해 각 사찰의 영조척과 유물제작척 간의 관계를 통해 창건기에 적용된 영조척을 추정해 볼 수 있었다. 남조척은 당척이 유입되기 전까지 사비천도 이후에도 사용되었으며, 대체로 7세기에 창건된 사찰에서는 당척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당척은 그 이전부터 북조와의 교류를 통해 도량형이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고구려척은 남조척과 거의 동시기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며, 특히 일부 유물에서 적극적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고구려척은 남조척보다 빨리 사라졌으며, 이를 대신하여 당척의 척도가 유입된 것으로 판단된다.
사찰의 입지는 자연지형에 대한 분석을 통해 산지, 평지, 산곡간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산지에 건립된 사찰은 대체로 소규모이며, 평지에 위치한 사찰은 성토작업 등을 통해 평탄지를 확보하였고 이를 통해 배치형식을 유지할 수 있었다. 또한 능사와 왕흥사의 입지 조건을 통해 사비도성의 구역설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서해안-부여-공주․논산 등을 연결하는 교통로상의 중요성으로 인해 사찰의 확대 범위는 동서방향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입지에 따른 규모는 사비도성 중앙부에 위치한 정림사와 법왕 대에 건립된 오합사가 소규모로 확인되었다. 도성 남편에 위치하고 있는 군수리사지와 동남리사지의 규모가 유사하고 왕실과 관련된 정림사, 능사, 왕흥사와 미륵사 중원구역의 종축 규모는 90m 내외로 유사성이 확인되었다. 전체적으로 공간적 확대에 따라 사찰 규모가 확장되는 경향과 왕실관련 사찰에서 일정한 제도를 추정해 볼 수 있었다.
건물 간 배치계획 분석을 통해 기본적으로 중문-불탑-금당-강당의 배치인 1탑 1금당식을 유지하고 있지만, 건물지간 거리 비례치는 경우에 따라 다르게 확인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점은 입지에 따른 전체 대지의 규모, 조영계획의 차이로 판단된다. (필자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