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사지석탑과 분황사 모전석탑은 각각 639년과 634년이라는 확실한 건립연대를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화강암과 안산암이라는 서로 다른 재료로 건립되었다. 더불어 현존 하는 석탑 중 가장 초기적인 양식을 지니고 있어 한국 석탑 발달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실로 막중하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양 석탑이 지닌 다양한 측면에 대해 비교 분석한 연구는 진행된 바 없었다.
미륵사지 석탑과 분황사 모전석탑을 다양한 측면에서 비교 분석한 결과 이들 석탑에 구현된 양식과 기술력은 공통점과 차이점이 공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는 백제와 신라에서 각각 지녔던 석탑에 대한 이해, 이를 건립했던 재료, 기술력의 차이가 분명했음을 알 수 있었다.
양 석탑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사항은 미륵사지 석탑이 조적식과 가구식이 융합된 이원구조체임에 반해, 분황사 모전석탑은 조적식 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차이점이다. 이같은 양상은 양 석탑을 건립한 재료상의 차이점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백제와 신라가 지닌 기술력의 차이점이 분명하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비록 중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실심체의 구조와는 완전히 다른 양태를 보이고 있어 백제와 신라는 중국과 차별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음도 파악되었다. 특히 미륵사지 석탑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석재로만 구축된 내부 구조는 동아시아 불탑에서 최초로 시도된 조적식 구조로 파악되었다. 이같은 구조는 해체수리가 이루어진 감은사지 삼층석탑, 나원리 오층석탑으로부터 석가탑과 다보탑에 이르기까지의 석탑에서 모두 확인되고 있어 한국 석탑의 기술적인 근간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미륵사지 석탑에서 확인되는 홈을 파고 기둥을 세우는 수법, 옥개받침석과 통로부에 구현된 들여쌓기 기법과 평천장의 구성 등은 고구려 시대에 축조된 태왕릉과 장군총에서 확인되고 있다. 따라서 미륵사지 석탑에는 고구려의 무덤에서 확립된 석조건축의 결구수법이 그대로 적용된 것으로 보았다.
결론적으로, 불탑 건립의 모티브는 중국으로 부터 전래되었지만, 백제와 신라는 그들이 지녔던 기술력을 바탕으로 단순한 모방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양식의 석탑을 건립했음을 알 수 있다. (필자 초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