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백제고토를 중심으로 건립되는 백제계석탑에 대하여 양식을 분류하고 건탑의 배경 및 건립연대에 대하여 나말여초의 시대상황 가운데서 규명하고자 한다.
백제석탑은 미륵사지석탑에서 출발하여 정림사지오층석탑에 이르러 양식적으로 완성되는데 미륵사지석탑은 목조탑을 번안한 원형적 수법이고 정림사지오층석탑은 모형적으로 완성한 것이다.
청량사지오층석탑과 비인오층석탑은 정림사지오층석탑을 그대로 모방하였고 장하 리삼층석탑과 귀신사삼층석탑은 기단부가 계단식으로 변화하였는데 이는 목조건축기단의 변화에 대응하여 목조건축양식이 많이 남아있는 백제계석탑에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백제계가 아닌 기단은 왕궁리오층석탑, 무량사오층석탑에서도 나타나는데 왕궁리오층석탑은 상주지방의 신라식기단을 도입하였고 이탑의 건립연대는 10C초로 추정되고 무량사오층석탑은 불좌형기단인듯하다. 죽산리삼층석탑, 은선리삼층석탑은 백제양식을 계승하였지만 세부양식이나 조립수법에서 퇴화한 면이 많아 후대의 작품으로 보이고 그 외는 부분적으로 백제양식이나 조립수법을 사용한다.
백제계석탑의 분포는 백제고토 서해안쪽에 치우쳐 있으며 그대로 모작한 석탑은 차령산맥 이남에서 노령산맥 이북 지역에서만 나타난다. 노령이남에서 백제양식이 나타나는 탑은 부분적 세부양식이나 결구 수법만 모방하고 있다.
백제계석탑은 후백제와 관련 있는 지역에만 나타나며 이들은 후백제이후 건립된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후백제대에 이들이 나타나는 것은 후백제와 깊은 연관성을 시사한다. 견훤은 후백제를 건국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 백제부흥을 제창하는데 이에 따라 되살아난 백제의식은 백제지역에 백제계석탑을 건립하는 것으로 나타나 단순 양식적 계승뿐 아니라 재생된 백제문화의식의 소산이다.
건립시기는 당시 주체적 지도계층이 호족의 동향과 관련지어 호족이 향리로 저환되는 현종대를 기점으로 그 이후에 건립된 석탑은 백제문화의식의 결여로 양식적인 퇴화를 보인다. 건립연대에 대한 연구는 석탑내에서 발견된 사리장치와 석탑의 중수사실과도 연관지어 밝혀져야 할 것이다. (필자 맺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