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지도에 대한 연구가 백 년이 넘지만, 그 본질에 대한 연구는 만족스럽지 않은 형편이다. 따라서 그간 비교적 소홀했던 칠지도의 사상적 배경과 상징성을 당시 동아시아의 문화적 구조 속에서 탐구함으로써 새로운 관점과 지견을 모색코자 하였다.
음양설에서 숫자 7은 양이 가장 왕성함을 상징한다. 이런 숫자 7이 『일본서기』의 칠지도 관련 기록에 반복되어 표현되었다. 철이 생산되는 곡나철산이 7일을 가도 이르지 못할 먼 거리에 있고, 칼과 거울을 각각 7개 가지가 있는 특이한 형태로 모두 제작한 것이다. 七支, 七子, 七日에서 7의 반복은 지극한 陽剛의 상징이다.
칼을 제작하는 양의 기운을 강하게 불어넣어 만드는 시관념은 동아시아에서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일곱 가지가 달린 독특한 형태에 백 번 단련한 철로 만든 칠지도는 양강의 상징이자 그 구현이다. 칠지도는 최강의 양기가 내재되어 있어서 어떠한 음기의 삿된 기운도 무찌르기에 손색이 없기 때문에 破邪와 辟邪를 위한 최고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칠지도 명문의 중심어는 聖音이다. 칠지도 명문의 구조가 선세, 현세, 후세의 삼세의식을 바탕으로 현세 백제의 강한 문화적 자존의식을 표현하고 있다. 백제는 성음의 시대를 상징하는 칠지도를 보내면서, 이 칼을 차면 모든 병기를 물리칠 수 있다고 했다. 이것은 특정 기물의 呪力을 빌어 악귀나 사귀에 의해 자행될 수 있는 戰禍를 퇴치 또는 회피하려는 고대 辟兵呪術의 예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검에 陽의 精이자 乾을 상징하는 북두칠성을 새겨서 신령성을 부여하였다. 그런데 북두칠성은 7개의 별로서 陽의 精이자 양이 가장 왕성함을 상징한다. 양강이 완전하게 갖추어져서 가장 왕성함을 드러내는 숫자가 바로 7이다. 칠지도를 가지가 7개 달린 독특한 형태로 만든 데에는, 분명 칠지도와 북두칠성이 강한 상징이 내재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칠지도는 양의 정을 상징하는 북두칠성의 추상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 초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