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부소산성, 목천토성 등 백제지역 성곽이 조사되며 새로운 관심이 생겼다. 백제의 성곽은 입지에 따라 테머리식, 포곡식, 평원성, 평산성 등이 있고 축성법에는 산능외사면에 석단을 쌓는 것, 산사면에 내탁하여 흙을 다져 쌓는 것, 평지에 성루를 내축한 것 등으로 대별된다.
내축이나 내탁은 적심층을 판축하고 외피를 복토하는 것이 통례인데 기저변에는 흙멈추개를 위한 낮은 석렬이나 열석이 깔려 있고 그 외연에는 판축에 사용된 거푸집판 지공렬이 남아있다. 이는 일본의 신룡석계산성의 특징이며 백제산성의 계통임이 알려졌다.
이같은 축성법의 기원은 고구려지역에서 엿볼 수 있다. 고구려는 당초 테머리식산성을 산정에 쌓고 천험을 이용하여 적심을 토석혼축으로 다진 석단을 쌓은 것이다. 건국후 고구려는 포곡식산성으로 발전시켰다. 이는 백제도 크게 유행하여 남한산성 등에 축성되었다. 고구려 특유의 석축기법을 사용하여 토석혼축하고 토루의 하변에 석단을 쌓아 두른 것을 중국에서는 책구루라고 불렀다.
끊임없이 외침을 받은 고구려는 평원성을 도성으로 사용해도 비상시에 적을 막아낼 산성을 배후에 거느리는 등 산성과 도성의 동반관계를 가졌다. 환인의 하고성자산성과 오녀산성, 백제 초기 몽촌토성과 남한산성이 그런 것이다.
그러나 도성을 별도로 쌓지 않고 산성의 양익에서 평지로 연장시켜 도시를 감사는 평산성이 고구려, 백제중기부터 출현하였는데 이는 도성제를 수용한 것으로 평양성, 사비성 등이 호례이다.
고대성곽 연구는 초보적 단계지만 요즈음 한중일 삼국에 걸쳐 각기 성벽단면을 조사하기 시작한 것은 커다란 진전이다. 이 성과는 일본의 신룡석계산성의 원류가 백제고지에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데 충분하다. 또 동북아시아 지방의 산성 혹은 고구려가 한 세력 침략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고 변천한 실상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증가하고 있다. (연구원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