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머리말
II. 벽주건물의 구조
III. 벽주건물의 시공간적 분포양상
IV. 벽주건물, 취락, 그리고 도성
V. 벽주건물을 통해 본 한반도와 일본 열도의 관계
VI. 앞으로의 과제: 맺음말에 대신하여
요약
벽주건물이란 방형이나 장방형의 도랑을 파고 그 안에 기둥을 세운 후 그 사이에 점토를 채워 넣는 방식으로 벽을 올려, 이 벽체만으로 지붕을 떠받들게 설계된 특이한 건물이다. 현재까지 일본에서 100건 정도 발견되었고 한반도에서는 30건 정도 확인되었다. 지붕의 구조는 불분명하지만 맞배나 우진각 또는 사모지붕의 형태를 띠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내부에는 부뚜막이나 온돌이 시설된 경우가 많으며 외곽에는 울타리 시설이 확인되기도 한다. 수혈주거지나 굴립주, 고상식 건물과는 명백히 구분되는 이러한 형태의 건물은 한반도에서는 압도적 다수가 백제권역에서 발견되는데 그 중에서도 공주, 부여, 익산 등 당시의 정치적 중심지에서 발견되는 빈도가 높다. 최초의 출현 시점 및 그 계기에 대해서는 아직 불분명한 점이 많은데 한성기의 수혈주거지가 점차 지상화 하는 과정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출현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는 공주 정지산 유적의 영향으로 인해 벽주건물의 용도를 빈전 등의 특수용도로 한정하여 왔지만, 최근 자료를 참고할 때, 거주나 창고 등의 용도로 사용된 건물도 많았을 것이다. 관인층이나 일반 농경취락에서 농업을 지도하던 인물의 거처로 추정되는 경우와 중앙권력이 지방에 마련한 거점적 산성에 시설된 군인들의 거주공간이나 무기고 등이 그 예이다. 특기할 만 한 점은 사비도성 내에서 벽주건물 1동을 포함한 단위 가옥부지가 추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비도성 내에는 본격적인 기와건물이나 수혈주거지보다도 벽주건물이 일반적인 가옥으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벽주건물에서 출토되는 특징적인 유물인 연통이나 U자형의 아궁이 장식, 세승문의 경질타날호 등은 일본 긴키 지역에서도 자주 출토되고 있다. 그런데 일본의 벽주건물은 한반도, 특히 백제계 이주민집단과 관련된 취락에서 검출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벽주건물의 구조적 변화양상, 전파과정, 기능 및 취락 내에서의 위상 등에 대한 연구는 한일 양국의 자료를 함께 비교 검토하면서 이루어져야 한다. (필자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