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존속은 한반도에서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축성이 시작된 시기에서 시작되어, 고대의 도성 제도가 발전하여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서 古典이 성립된 시기에 해당한다. 뿐만 아니라 이웃한 고구려와 신라와의 경쟁으로 말미암아 가장 많은 축성사실이 기록된 왕조가 백제였다. 또 백제는 한성-웅진-사비로 시기를 따라 도성을 옮겼다. 그에 따라 도성 제도와 도성을 방어하기 위한 지방의 산성들이 축조되었다. 이러한 사실로부터 한국 고대의 성곽을 이해함에 있어 백제 성곽이 차지하는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 비슷한 시기에 존재하였던 고구려와 신라와 함께 성곽에 나타나는 공통점과 상이점을 알 수 있다면, 한국의 고대 성곽의 이해는 한층 명확하게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 점이 고찰의 첫 번째 목표이다. 다음으로는 백제의 축성 기법이 공간적으로 확대된 범위에서 論及되어질 수 있다. 즉, 지리적으로 이웃한 중국과 일본 지역의 성곽들이 가지는 성격들과 어떠한 관련성이 있는지 알아야 한다. 이러한 작업은 당시 동아시아에 공통되는 축성 기법을 탐구하여 백제의 축성 기법이 어떠한 계보에 해당하며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알아낼 수 있는 작업으로 여겨진다. 이어서 인류의 전근대시기 성곽이 가지는 다양성과 비교 검토됨으로써 한국의 고대 성곽, 나아가서 한국의 전통적인 성곽이 가지는 인류 문화사상의 위상이 보다 뚜렷하게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을 위하여 백제의 성터들이 보여주는 작은 변화상과 백제 이전에 있었던 성터들에 대한 서론적인 소개, 그리고 백제 멸망 후의 축성의 기법이 어떠하였는지의 일부를 시론적으로 다루었다. (필자 머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