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백제지역에 분포된 성곽을 유형별로 나누어보면, 산성, 구릉성, 평지성, 평산성, 차단성등으로 분류할 수가 있다. 산성은 테뫼식산성, 포곡식산성, 복합식산성등으로 분류하였다. 테뫼식산성은 백제지역에 상당수 분포되어 있는데 테머리식산성, 산정식산성, 산복식산성등으로 세분할 수 있다. 이는 고구려에서도 유사한 것으로 보여진다. 백제는 다양한 테뫼식산성을 각지에 축조하여 군사적인 목적 이외에도 행정적인 목적을 위하여 활용하였다. 즉 테뫼식산성은 백제의 지방행정통치와 연관된 치소로서도 기능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포곡식산성은 고구려지역에 상당수 분포되어 있었다. 고구려지역의 포곡식산성을 單峰포곡식산성과 複峰포곡식산성으로 세분하였다. 고구려는 왕도를 비롯한 각 지역에 포곡식산성을 축조하여 군사적인 목적 이외에도 지방행정통치의 거점으로서 활용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고구려․백제산성이 각기 다른 특징을 보이는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보았다. 하나는 지형적인 요인 이외에도 대외관계사라는 측면에서 고구려․백제사의 차이에 기인한다. 즉 고구려는 이민족과의 투쟁과정에서 대규모 병력이 장기주둔할 수 있는 포곡식산성이 필요하였다. 이에 비해 백제는 강력한 외적과의 전쟁 없이 국가를 성장 유지시켰던 관계로 소규모의 산성 즉 테뫼식산성을 주로 축조하는데 그쳤던 것이다. 또 하나는 고구려․백제의 지방통치방식의 차이에 기인한다. 고구려는 넓은 영토를 유지관리하기 위하여 각 지방에 규모가 큰 포곡식산성을, 백제는 테뫼식산성을 보다 조밀하게 배치하여 각 지방을 관리하였던 것으로 보여진다.
평지성과 구릉성은 고구려와 백제지역에 분포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백제에 비하여 고구려에 다수의 평지성이 축조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구려가 한군현의 거점성을 재활용하였던데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고구려․백제의 지방통치방식의 차이에서 기인된 것으로도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차단성은 백제지역에 비하여 고구려지역에 상당수 분포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제는 테뫼식산성을 통하여 외적을 방어하였기 때문에 차단성의 효용성이 고구려에 비하여 적었다고 할 수가 있다. 반면에 고구려의 방어체제는 각 거점지역에 규모가 큰 포곡식산성을 드문드문 배치하였던 관계로 교통의 요충지와 국경지역에 축조한 차단성이 효과적으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필자 맺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