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유역을 중심으로 하는 경기․서울․인천지역은 삼국의 각축장으로서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관방유적이 하천유역과 그 지류 및 서해안 일대에 집중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이것으로 이 지역이 고대로부터 가졌던 역사지리적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현재까지 이 지역에서 확인되는 성곽은 363개소이고, 봉수는 54개소로 전체 관방유적은 417개소 정도이다. 수량의 방대함에 비추어 이들 유적 중 지표․발굴조사 등 학술조사가 이루어진 유적은 12%정도로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이 지역에서 성곽과 관련된 자료가 처음으로 간행된 시기는 1970년대 후반부터이며, 학술적인 목적의 보고서나 연구서가 아니라 보수공사에 따른 결과물로 대부분 해당 시공업체나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측량 및 실측조사만을 실시한 관계로 역사적 배경이나 성격, 출토유물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이 이루어지지 않은 한계성이 있다. 이후 1980년대 후반부터 학술조사가 활발히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군에서는 지표조사나 발굴조사를 실시하지 않은채 복원정비공사가 되풀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한 해결방법은 명료한데 먼저 전문학술기관에서 정밀지표․발굴조사를 진행하여야 하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시공업체에서 측량과 설계 등의 복원정비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문화유적을 대하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학술조사에 있어서는 연차적인 발굴조사나 정밀지표조사가 이루어진 몇몇 유적외에는 시․군별로 실시한 광역지표조사에 의해 유적의 소개에 그치고 있어 대부분이 성곽의 규모나 시설물 등에 대한 정확한 자료구축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발굴조사에 있어서도 체계적인 계획에 의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관계로 정확한 축조시기 및 사용연대의 파악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그 이유는 관련 전공자의 부족과 조사방법론 연구의 부재가 제일 큰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문제의 해결없이는 성곽의 상호관련성 및 성격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요컨대, 성곽은 건물지․고분 등의 단위유적과 비교하여 정치․사회․문화․경제․사상이 집약되어 나타나는 종합유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종합유적에서 그 시대의 사회상을 제대로 복원하려면 그만큼 섬세하고 세련된 조사․연구방법론을 개발한과 동시에 이에 따른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표준화 작업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필자 맺음말)